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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글로비쉬로 말하자' 쉬운 지구촌 영어 '글로비쉬' 익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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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글로비쉬로 말하자' 쉬운 지구촌 영어 '글로비쉬' 익히기

입력
2006.02.2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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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이나 토플 같은 영어 교재는 늘 베스트셀러다. 그런데 1999년 이 영어 학습서 시장에 좀 느닷없는 책이 한 권 등장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교재가 아니라 기존의 암기식 영어 공부법이 왜 잘못됐는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한 이 책은 영어 학습의 발상을 뒤집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해 인기를 얻었다. 제목 덕도 적잖이 봤다.

영어 공부의 발상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글로비쉬로 말하자’ 역시 흥미로운 책이다. 프랑스인인 저자는 이런 풍경 하나를 소개한다. 한 다국적 상사의 유럽 총지부에 업무회의가 소집됐다.

거의 40개국 출신 직원들이 모여 비행기 연착 때문에 늦는 ‘짐’이라는 미국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유창하지는 않지만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영어로 즐겁게 대화했고, 즉석에서 새로운 마케팅 개념을 주제로 각자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제는 짐이 도착한 뒤다. 그는 회의 주제를 제시한 뒤 다양한 표현과 속어까지 섞어가며 매우 빠른 속도로 의견을 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말에 어느 누구도 말을 덧붙이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토론장이 강연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영어’ 자체가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이 제각각 쓰는 ‘지구촌 영어’다. 그래서 ‘잉글리쉬’(English)가 아니라 ‘글로비쉬’(Globish)다. 지금도 ‘유창한 영어’라는 고지를 바라보며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영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면 족하다’고 말한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10% 남짓에 불과한 영어권 사람들의 실력에 맞추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이 영어에 통달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그들에게 ‘글로비쉬’로 말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비쉬는 1,500개의 기본 단어로 구성된다. 그 단어에는 ‘nephew’(조카)나 ‘niece’(질녀) 같은 까다로운 단어는 들어 있지 않다. 대신 ‘children of my brother’(형의 아이들) 혹은 ‘my brother’s son’이라고 쉬운 단어만 조합해도 얼마든지 뜻이 통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24개의 간단한 문장 구조와 기본적인 발음 원칙만 지키면 누구나 쉽게 영어로 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글로비쉬 익히는 법을 소개한 ‘워크북’도 함께 나왔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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