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립대 교수 A씨와 한 사이버대 교수 B(여)씨는 1992년 결혼해 아이 1 명을 낳아 기르는 등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2000년 말 B씨가 대학생 시절 잠시 사귀었던 중학교 남자 동창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A씨는 B씨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봐 이를 알게 됐고, 자신의 컴퓨터에 이 내용을 저장해 놓은 후 B씨를 추궁하면서 말다툼이 잦아졌다.
A씨가 B씨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2003년 5월 B씨가 밤늦게 나갔다 새벽에 귀가하자 A씨는 B씨를 수 차례 폭행했고 골프채로 컴퓨터 모니터를 부수기도했다.
A씨와 B씨는 결국 ▦B씨가 아이를 기르는 대신 양육비와 아파트 관리비는 A씨가 내고 ▦서로 부부관계를 요구하지 않으며 ▦귀가 여부와 귀가 시간, 다른 이성과의 교제 및 성관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B씨는 같은 해 7월께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고 다음해 위자료를 달라며 이혼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24부(이성보 부장판사)는 24일 “결혼 생활의 파탄은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어 누구에게도 위자료를 줄 필요가 없다”며 “A씨는 아파트 등 재산 분할 명목으로 B씨에게 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혼 소송 변호사와 해외 여행을 다녀오는 등 불륜관계를 저질렀다”는 A씨 주장에 대해 “여행 만으로 불륜이라고 볼 수 없고, 불륜이라 하더라도 각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B씨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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