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49)씨도 2001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늦깎이 작가다. 그의 첫 소설집 ‘엘리베이터 타는 여자’는 권력의 야비한 힘이 작동하는 메커니즘과 그 힘에 짓눌린 자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직접 겪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그 비루한 권력의 공간은 가정과 마을, 병실, 정신병원, 또 그것들이 모여 거시의 권력구조를 직조하는 이 사회 일반이다.
외삼촌네에 얹혀 사는 천덕꾸러기 여중생 ‘햇님이’의 세계를 그린 작품‘거짓말’도 그렇다. 햇님이는 푼돈을 받고 동네 아저씨들에게 몸을 판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외삼촌은 가해자들을 협박해 돈을 뜯고, 그 과정에 햇님이에게 선의를 베푼 오락실 남자마저 옭힌다. 이를테면 햇님이는 그 이중의 억압, 중첩된 수탈의 고리다. 그는 오락실 남자의 억울함에 별 관심도 없고, 오히려 방조하기까지 한다.
표제작의 화자인 할머니도 햇님이와 유사한 인물이다. 그녀는 간병인이다. 따뜻하고 쾌적한 병원 생활은 춥고 습기 찬 반지하 셋방에서 겨울을 나는 과거의 생활에 댈 바가 아니다.
까다로운 노인은 그녀의 보살핌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게다가 살 날이 얼마 남지않은 갑부다. ‘엉뚱한 욕심’을 의심하는 주위의 시선에도, 다른 병동 환자의 돈을 훔친 여자라는 누명을 쓰면서도 여자는 헌신적으로 간병한다. 하지만 그녀가 못마땅한 보호자들(곧 상속권자들)은 환자의 병세 호전을 빌미로 노인을 퇴원 시키려 한다. 실직 위기에 맞닥뜨린 그녀는 병세를 악화시키고자 환자를 침대 밑으로 떠밀어 버린다.
권력의 야비함은 더러 약자의 도덕성마저 유린하고 타락시킨다. 그 사슬에 매인 약자에게 도덕과 도리를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짓일지 모른다.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어둡고, 어두운 그 시선의 함의는 사뭇 과격하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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