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4명은 국내에서 AI가 유행했던 2003년 말에서 2004년 봄 사이에 닭 오리 등의 가금류를 파묻었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AI 감염이 확인된 것을 두고 “당국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던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대규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항체 검사를 하는 데는 기술 비용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004년 AI 유행 당시 작업자 2,000여명 중 열이 나거나 감기 증세를 보인 88명의 혈청을 확보,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유전자증폭검사를 의뢰했다. 당시는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았다.
그러나 문제는 증상을 호소하지 않은 나머지 1,900여명의 작업자들이었다. 어떤 상태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2004년 이들의 혈청을 모두 채취했다. 하지만 이 혈청은 그냥 보관함에 묵혀둬야 했다. 검사할 인력이나 장비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 바이러스를 다뤄본 경험이 전혀 없었고, 병원성이 높은 바이러스의 노출을 완전 차단할 수 있는 실험실과 장비도 부족했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정 실험실’로 불릴 정도로 장비와 인력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의 CDC에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힘들었다.
한국은 AI 사망자들이 나온 베트남 태국 등에 비해 위험도에서 밀려 CDC에 혈청을 보내 검사를 의뢰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정부가 무증상 관련자 1,900여명 중 318명의 혈청 검사를 시작한 것은 2005년 4월. CDC에 연수를 간 연구원이 감염 검사 기술을 배워 돌아왔고, 자체 검사를 할 수 있는 실험실 등 각종 장비를 마련한 뒤였다.
정부는 자체 검사에서 미심쩍은 11명의 혈청을 발견, 지난해 11월16일 CDC에 확인 의뢰했고 이 가운데 4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아직 검사를 하지 않은 나머지 1,600여명의 혈청은 역량을 집중해 3개월 내에 항체 검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AI 유행이 예고됐었는데도 검사 기술과 장비를 확보하지 않은 것과 감염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시간을 2년이나 끈 것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오 본부장도 “일본이 유행한 지 10개월이 지나서 무증상 감염 사실을 발표했는데 이보다 우리가 늦은 것은 기술적인 격차”라고 실토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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