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파 사원 폭탄테러로 촉발된 종파간 ‘피의 보복’이 격해지면서 내전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이라크 바그다드 북쪽 사마라의 아스카리야 사원이 폭탄테러로 무너져 내리자 분노에 찬 시아파들이 수니파에 대한 무차별 공격에 나섰다. 1,200년 역사를 지닌 이 사원은 시아파가 마호메트의 혈통을 잇는 후계자로 보는 10대 이맘(무슬림 지도자) 알리 알 하디 및 그의 아들 알 아스카리의 영묘가 있는 곳으로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이다.
테러 직후 수니파 종교 지도자 칼릴 알 둘라이미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양 종파의 충돌은 이라크 전역으로 급속히 번졌다.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의 한 감옥에서는 수니파 수감자 11명이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되는 등 시아파 무슬림의 보복성 공격이 이어져 하루 사이 사망자가 50여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이라크 방송 알 아라비아의 기자 3명도 포함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BBC 방송은 시아파 무슬림의 무차별 보복성 공격으로 90여 곳의 수니파 사원이 습격 당하고 수니파 성직자 3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수니파 조직인 이라크 이슬람당은 이날 “수니파 사원 중 3곳이 폭발물로 완전히 무너졌고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에 탄 곳도 많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7세기 수니파 성인인 탈하 빈 오베이드 알라의 묘가 있는 바스라의 사원도 포함돼 수니파 신도의 감정에도 불을 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이들은 시아파의 강경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집 앞에 모여 자동소총을 들고 복수를 외쳤으며 이라크 군대를 향해 소총을 쏘아댔다”고 격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마호메트 사망 직후 후계를 둘러싸고 양분된 시아파_수니파의 갈등은 끊이지 않아 이라크에서만도 수십 년 간 서로를 겨냥한 폭탄테러가 계속돼 왔다. 그러나 그 동안 곪아온 종파간 갈등이 현 시점에서 내전으로 폭발한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타이밍’이다. 지난해 12월 치른 총선 후 미국 주도 아래 쿠르드족 출신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가 어렵게 대연정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 종파의 지도자들은 “보복성 공격을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사태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종파간 갈등에 미국 주도의 새 정부에 대한 불만까지 엉키면서 화살이 어디를 겨냥할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시아파 성직자이자 이라크 부통령인 이달 압둘 마디는 이날 “시아파 민병대와 관련된 조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최근 발표를 겨냥한 듯 “정부가 성지를 보호할 수 없다면 지역 민병대에게 이를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드르의 대변인은 “수니파에 대한 비난을 멈추자”며 “사원의 공격은 ‘(미국) 정복자들’과 시오니스트의 소행”이라고 미국을 공격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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