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는 것은 활동의 계절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추운 겨울 내내 집안에 움츠려 있던 아이들은 봄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가 달리고, 구르고 껑충껑충 뛰어다닐 것이다. 어른들도 새롭게 운동을 시작하고 미뤄뒀던 집안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처럼 활동이 많아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넘어지고, 까지고, 베이는 등의 사소한 사고들이 잇따르게 된다. 날이 따뜻해 질수록 배탈이 나는 횟수도 늘어나고 얼굴에는 뾰루지 등이 갑자기 돋아나기도 한다.
자잘한 사고를 집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응급상자’를 새로 꾸려보자. 이미 있다면 오래된 약품들을 골라내서 버리고, 상비약을 새로 장만해보자. 자잘한 사고, 질환쯤이야 이 조그만 상자만으로도 대처가 가능할테니 말이다.
◇ 구급상자 필수품목은?
가정의학과 교수들은 상비약으로는 대략 7가지 품목을 꼽고 있다. 우선 아스피린, 타이레놀과 같은 해열ㆍ진통제를 구비해야 한다. 또 설사를 할 때 먹는 지사제, 위가 쓰릴 때 먹는 제산제, 종합감기약이 있어야 한다. 외상이 생겼을 때를 대비해 각종 연고와 파스류도 필요하다.
상처 치료를 위한 위생용품으로는 붕대(탄력붕대 포함), 반창고, 일회용 밴드, 탈지면, 소독용 과산화수소용액, 요오드용액(일명 ‘빨간약’), 의료용 가위와 핀셋 등이 있어야 한다. 이외에 식염수도 있다면 상처소독에 좋다.
◇ 어린이가 있다면 좌약식해열제, 노인이 있다면 혈압계 준비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 가벼운 화상용 바세린 연고 정도를 추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약을 잘 못 먹는 어린이가 있다면 좌약식해열제를 준비하는 것이 유용한다.
노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가정용 혈압계를 준비, 노인이 어지러움증 등을 호소할 때 혈압을 재보는 것이 좋다. 또 체중계도 준비해 정기적으로 몸무게를 재며 신체에 급격한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유용하다.
◇ 연고는 개봉 후 6개월 내에 써야
알약은 개봉돼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원래의 유통기한에서 절반으로 유통기한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각종 연고는 개봉 후 6개월, 시럽형태의 물약은 개봉 후 1~2주 내에 쓰는 것이 좋다.
또한 대부분의 약품은 포장에 유통기한이 표시돼 있는 만큼 이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포장을 버릴 때는 유통기한리스트를 따로 만들거나 스티커 등에 적어 약품에 붙여 놓는 것이 유용하다.
◇ 여름철 물약, 연고는 냉장고에 보관
약품은 개봉 후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변질되고, 특히 직사광선 고온 습기에 약하다. 때문에 구급상자는 기본적으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특히 여름철에는 물약, 시럽, 연고 등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가루약, 알약은 냉장실 내 습기에 의해 변질될 수 있으므로 서늘하면서도 건조한 곳에 둬야 한다.
◇ 상한 약품은 아낌없이 버려라
약은 유통기한 이내라도 색깔이나 표면상태가 변했다면 아쉬워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또 이전에 나던 약품 고유의 냄새가 사라진 것, 물약에 침전물이 생긴 것도 변질됐다는 증거다.
변질된 약품은 약효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각종 부작용까지 유발한다. 연고의 경우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거나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적이 생길 수 있다. 내복약은 소화불량 또는 구토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 '빨간 약'을 바른 뒤 '하얀 가루' 안 뿌려도 되나요?
베이거나 찰과상을 입었을 때는 상처부위의 ‘청결여부’, ‘깊이’를 살펴봐야 한다. 상처부위가 깨끗한 편이고 깊이도 얇다면 구급상자 내 소독약(요오드용액, 과산화수소용액)으로 상처를 소독한 뒤 피부상처용 연고를 발라주면 된다.
과거 상처에 ‘빨간 약’을 바른 뒤 하얀 가루를 뿌린 기억이 있을 텐데, 이 하얀 가루는 혈액응고를 위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그냥 용오드용액으로 소독한 뒤 바로 마데카솔과 같은 연고를 발라주면 된다. 만일 상처가 지저분하다면 수돗물이나 생리식염수로 씻은 뒤 연고를 바르고, 상처가 깊다면 병원을 찾아 꿰매는 것이 좋다.
◇ 두통약을 자주 먹는데 괜찮나요?
주부들이 두통을 호소하며 두통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두통약 자체에 따른 부작용은 없다. 다만, 두통이란 것이 어떤 큰 병(뇌졸중, 뇌종양 등)의 전조일 수 있는데 이런 증상에 두통약만 먹으면 자각증세를 희석시켜 병을 스스로 키우는 경우가 된다. 때문에 심한 편두통, 벼락치는 듯 심한 통증, 어지러움 동반 등의 증세까지 있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 약은 꼭 식후 30분에?
식사를 한 후 30분 정도에 약을 먹으라는 것은 위장장애를 피하기 위함이다. 대체적으로 소화제나 일반적인 알약형태의 약 등은 식후 30분에 먹으면 된다. 그러나 철분제제, 항진균제 등은 식사 직후에, 제산제는 식사 1~2시간 후에 복용하는 게 좋다.
위장관운동조절제, 궤양치료제, 식욕촉진제, 혈당강하제 등은 식사 30분 전에 수면제, 항이스타민제, 근이완제 등은 취침 30분전에 먹는 게 좋다.
◇ 약은 꼭 맹물에만 먹어야?
사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약은 먹을 때 특별히 피해야 하는 음료가 없다. 다만 전문처방약인 항생제 ‘테트라사이클린’은 우유와 먹을 때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등 일부 전문의약품 중에는 특정한 음료와 궁합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약품들은 처방을 받을 때 의료진이 미리 주의를 준다.
다만 약을 먹을 때 술과 함께 먹으면 간에 큰 무리가 가기 때문에 술 만큼은 피해야 한다.
◇ 약을 자주, 많이 먹어주면 빨리 낫는다?
약은 복용 후 일정한 시간을 두고 약효가 발휘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약을 먹을 경우 몸에 부담만 주게 된다.
즉, 돌아오는 것은 위장장애 뿐이다.
● 구급상자에 넣어줘야 할 것들
■ 상비약
*해열제 및 진통제= 아스피린, 타이레놀, 폰탈, 부르펜시럽 등
*소화제 = 활명수, 훼스탈 등
*제산제 = 겔포스, 알마겔 등
*지사제= 스멕타나, 부스코판 등
*감기약 = 각종 종합감기약
*외상치료제 = 후시딘, 마데카솔 등의 연고, 칼라민로션, 바세린연고 등
*소염진통제 = 각종 파스류
■ 위생용품
*붕대(탄력붕대, 넓은 붕대 등)
*반창고
*일회용밴드
*탈지면과 면봉
*체온계
*소독용 요오드용액(포비돈 등), 과산화수소용액
*의료용 가위, 핀셋
■ 기타
*식염수 등.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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