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재경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함으로써 2월 임시국회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법 개정의 실효성이 거의 없어 정치권이 1년 이상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의 핵심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을 분리해 대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생명의 경우 2년 유예기간을 준 뒤 2008년부터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외견상 삼성카드는 1997년 3월 금산법 발효 후에 취득한 에버랜드 지분 25.64% 중 5% 초과분(20.64%)을 5년 내에 자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의결권도 즉시 제한된다. 삼성측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삼성카드의 경우 굳이 법을 개정하지 않고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만 해도 동일한 제한을 받게 돼있다. 초과지분 처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적지 않았다. 삼성그룹도 비상장주식인 에버랜드의 주주가 대부분 특수관계인이어서 전체적인 지배구조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산법 발효 전에 삼성생명이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 7.21% 중 5% 초과분(2.21%)의 처리 방안에 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5%를 초과해 취득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화재를 합쳐 3.48%인데, 공정거래법상 2008년부터는 재벌금융사의 의결권이 15%로 축소되면서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할 경우 어차피 3.53%는 문제가 될 상황이었다. 이번에 금산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그룹 관계자가 금산법 개정안의 소위 통과 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 데에는 이 같은 정황이 담겨 있다.
결국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대로라면 정치권, 특히 열린우리당은 그간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킨 꼴이다. 지난해 11월 당론 채택 과정에서 삼성생명의 초과지분도 처분토록 한 박영선 의원 안을 수정해 분리대응으로 가닥을 잡더니, 이번에는 2년 유예기간까지 포함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게 만든 것이다.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도 “사실상 아무런 실효가 없다”고 시인했다.
물론 삼성생명의 초과취득 지분을 문제삼는 데 대해 위헌논란이 제기됐고 재계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강했다는 점에서 우리당의 선택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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