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빨리 가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100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도 태극 마크를 떠올리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열혈청년이 되는 모양이다.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박찬호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캠프에 조기 합류하기 위해 남모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월부터 LA의 남가주대학(USC)에서 박찬호와 함께 훈련한 이창호 전 보스턴 레드삭스 트레이너는 대표팀 캠프의 합류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박찬호가 쏟은 노력에 대해 소개했다.
23일 이창호씨에 따르면 당초 박찬호는 대표팀의 캠프가 시작되는 19일부터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의 케빈 타워스 단장과 브루스 보치 감독은 “팀에서 나가지 말라”고 만류했고, 박찬호는 이들을 설득해 26일 캠프에 합류하는 일정을 받아냈다.
미국 비자 문제로 한국을 들러야 했던 박찬호는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겠다”며 소속팀의 캠프를 떠났고, 비자 인터뷰도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24일 오전으로 앞당겼다. 결국 24일 오후 후쿠오카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박찬호는 구단과 대사관 등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셈.
22일 오후 극비리에 한국에 입국한 박찬호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23일 잠실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실시하는 정성까지 보였다. 박찬호는 이날 오전 10시 잠실구장을 방문, 두산 베어스의 도움을 받아 72개의 공을 던지며 구위를 최종 점검했다.
박찬호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도 연습경기 선발 출전을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식 감독은 “본인이 던져보겠다는 의지가 워낙 강해 2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 선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현재 박찬호의 컨디션은 한국의 어느 선수보다도 낫다. 어느덧 서른 셋의 나이가 됐지만 몸의 유연성은 전성기였던 97년 다저스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또 “올해는 다년 계약 마지막 해로 메이저리그 시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박찬호의 모든 초점은 WBC에 맞춰져 있다. 한국 대표팀이 미국과 중남미 국가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쳐 한국 야구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게 박찬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 콜드 게임승을 이끌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일등공신 노릇을 한 바 있다.
후쿠오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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