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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저 안쓰러운 제주도 감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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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저 안쓰러운 제주도 감귤

입력
2006.02.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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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일 값이 여간 비싸지 않다. 하기야 제철이 아닌 중에서도 가장 제철이 아닌 때가 지금이다. 예전 같으면 곶감과 보관을 잘해온 사과와 배말고는 과일 구경을 할 수 없는 철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땐, 아니 제법 커서까지도 가장 비싸고 귀한 과일이 바나나였다. 그래서 ‘빨간 것은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하는 뒷말 이어가기 노래도 있었다. 그 다음 귀한 것이 귤이었는데, 요즘은 바나나와 감귤이 가장 값이 싼 과일이 되었다.

감귤 값이 워낙 내려가 제주도 농민들이 한숨을 쉰다는 얘기를 들었다. 입학철을 앞두고 집집마다 돈 들어갈 데가 많아 과일 소비가 가장 적은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수입 오렌지 때문에 더욱 가격이 내려가 감귤 농가의 한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어제 아내보고 귤 한 박스 들여놓으라고 말했다. 많이 사놓으면 나중에 상하기도 하니 먹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 사먹으면 된다고 한다. 그게 합리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러나 산지에 쌓여 있는 저 귤들은 다 어쩌란 말인가. 세상 사람들아. 저 눈물 같은 귤 좀 많이 사 먹자. 따지고 보면 우리는 다 저 귤처럼 밭에서 자란 농사꾼의 자식들 아닌가.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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