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구타에서 대표선수의 이탈, 파벌 싸움까지.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지난 2년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심지어 한 대표팀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에게 ‘라이벌 코치에게 지도를 받는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은 2006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한국은 21일 현재 쇼트트랙 4개 종목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3개를 휩쓸었다. 세계 빙상계는 중국과 미국을 한국의 쇼트트랙 라이벌로 꼽고 있지만 한국의 장벽을 쉽게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에 숨겨진 힘을 살펴본다.
▲성공적인 세대 교체
김동성(26)은 4년전 세계 최강의 ‘쇼트트랙 황제’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영영 태극마크를 포기해야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기량이 성장한 안현수(21ㆍ한체대) 이호석(20ㆍ경희대)이 김동성의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자 쇼트트랙도 세대교체의 시기가 상당히 빠르다. 아무리 최강자라도 나이가 20대에 접어들면 금세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94년 릴레함메르 금메달을 따냈던 전이경(30)은 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무섭게 성장한 최은경(22ㆍ한체대)에 밀려 98년 스케이트를 벗었다. 반면 라이벌은 중국과 미국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중국은 리자아준(31)과 양양A(30)가 대표팀에 합류한 지 10년이 넘었다. 왕멩(21)의 등장으로 여자 500m에서 금메달 1개를 땄지만 진선유를 넘어설 실력은 안 된다. 미국도 안톤 오노(24)를 뒷받침할 신예 발굴에 실팼다.
▲무럭무럭 자라는 꿈나무
안현수와 진선유는 토리노 올림픽을 통해 쇼트트랙 영웅이 됐다. 무럭무럭 자라는 꿈나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면 4년 뒤에는 김동성처럼 은퇴해야 할 지 모른다. 잠시라도 주춤하면 선두를 뺏기는 쇼트트랙 경기의 특성처럼 대표선수의 생명도 짧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도 자신있냐’고 물으면 안현수 등 대표선수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히려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데 4년 뒤를 어떻게 기약하냐”고 되묻는다. 팬들은 안현수와 진선유의 나이를 감안해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미래를 설계하기 보다는 현재의 위치를 지키느라 바쁘다.
한국 쇼트트랙은 1세대 김기훈을 비롯해 전이경, 김동성에 이르기까지 2차례씩 올림픽에 출전했다. 대표선수로 약 6년 정도 뛰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갈수록 세대 교체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유망주의 성장속도가 빨라 20대 초반의 안현수가 4년 뒤를 기약하지 못할 정도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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