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를 찾는, 왕이 되고픈 정치인들”
차기 대선 후보들이 관람객 1,000만명을 돌파한 ‘왕의 남자’를 보기 위해 줄지어 극장을 찾고 있다. 정치인이 영화관에 가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영화의 제목이 묘한 연상작용을 일으켜 화제가 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7일 오후 이재오 원내대표, 최연희 사무총장 등 의원 10여명과 함께 ‘왕의 남자’ 관람을 위해 서울시내 한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1월 ‘말아톤’관람 이후 1년여만이다.
이날 관람은 박 대표가 “화제작인만큼 보지 못한 분이 있으면 같이 보자”고 의원들에게 제안, 희망자를 모집해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 영화 속 연산군에 비유해 ‘1ㆍ21’개각을 비판하는 패러디 홍보물을 만들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명박 시장도 지난 주말 가족들과 ‘왕의 남자’를 관람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일정 때문에 취소하고 조만간 다시 날짜를 잡을 예정이다. 손학규 경기지사 역시 최근 가족들과 ‘왕의 남자’를 관람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두 고문은 빡빡한 전당대회 일정 때문에 아직 관람 계획이 없다. 하지만 양쪽 모두 “워낙 유명한 영화인 만큼 짬이 난다면 관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GV에서 이 영화를 감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중들이 권력자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민중들의 생활상을 잘 그렸다”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고건 전 총리는 20일 시내 한 극장에서 1988년 지강헌 등의 탈옥사건을 다룬 ‘홀리데이’를 보기로 했다. 그는 영화 관람 후 출연 배우들과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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