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속도가 당초 예측보다 빠르게 확산되면서 AI가 철새뿐 아니라 다른 매개체에 의해서도 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서남아와 중동을 거쳐 유럽까지 퍼진 AI의 빠른 확산 속도에 대해 보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5년 동안 H5N1 바이러스를 연구해온 보건 전문가들은 AI의 확산에 당초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비교적 단시일 내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당황하고 있다. 야생 오리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최근 확인된 프랑스 리옹은 철새 이동 경로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있는 지역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스 불가리아 러시아 등에서 조류들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영국과 헝가리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등에서는 죽은 조류를 대상으로 AI 감염 여부를 확인중이다.
새뮤얼 주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동물생산보건국장은 “최근 5년 동안 아시아에 국한됐던 AI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나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리옹에서 AI 감염 야생오리가 발견된 것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철새를 매개체로 할 뿐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감염되고 있는지에 대한 원인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왔던 H5N1 바이러스가 사람을 매개로 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감염이 이뤄질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도 AI를 비롯한 각종 신종 전염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결핵이나 말라리아, 천연두 등과 같은 전염병이 2,000년 동안에 걸쳐 발생했던 것에 비춰 현재의 전염병은 1년에 하나 꼴로 발생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류독감을 포함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인간광우병(vCJD) 등 새롭게 발생한 전염병의 대부분은 동물에서 옮겨오거나 동물과의 접촉 과정에서 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전염병이 과거에 비해 빨리 확산되는 것은 자연훼손이나 농업환경 변화, 외국산 가축 사육 등은 물론 해외 여행이나 무역, 환자들의 이동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미국 과학자들은 AI에 감염돼 죽은 조류에 대해 땅에 묻을 경우 환경 오염 논란이 있고, 불태울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죽은 조류를 쌓은 뒤 동물 배설물과 톱밥을 뿌려 퇴비를 만드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퇴비로 만들어 지는 과정에서 온도가 최고 145도까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H5N1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것이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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