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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민 우롱하는 부실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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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서민 우롱하는 부실 입법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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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수수료를) 올린 지 몇 일이나 지났다고 다시 내린다고 호들갑입니까.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소린지 알 수가 없네요.”

지난달 31일 발효된 ‘공인중개사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월세 중개 수수료를 올린 건설교통부가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난 여론에 부닥치자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라갔던 월세 중개수수료가 내려가게 됐으니 이제 모든 것이 없던 일로 된 것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시장에 남은 것은 혼란 뿐이다. 수수료 인상 직후 계약해 인상된 중개수수료를 낸 계약자들은 더 낸 만큼 수수료를 환불해 달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일부 계약자들은 아직 수수료 인하가 결정되지도 않았지만 오른 월세 중개수수료를 낼 수 없다고 버티고 있어 중개업계가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개업자의 수수료를 현실화한다는 취지에서 월세 중개수수료를 인상했지만 수수료 인상은 도입 20일만에 ‘시행 부적합’ 판정을 받음에 따라 결국 중개업계와 서민 모두를 울린 ‘부실법안’이란 멍에를 지게 됐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탁상행정으로 서민을 울린 사례가 이 뿐은 아니다. 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책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도 지난해 11월초 시행에 들어갔지만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35세 이하 단독가구주 제외’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등의 이런저런 제한 규정을 덧붙이면서 2차례나 뜯어고쳤다.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이나 여론 수렴 없이 덜컥 시행에 들어가 문제가 벌어지면 없던 일로 하는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정책은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따뜻한 가슴 못지 않게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고 살필 수 있는

차분하고 냉철한 머리를 지닌 정부가 그립다.

전태훤 경제산업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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