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조정 국면을 이어나가고 있는 국내 증시에 희망적인 지표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한 반등 추세로의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악재 일색이던 이달 중순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분위기 전환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증시 선행지표의 성격이 강한 증권주들이 20일 폭등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대형 종목들이 폭등하면서 코스피 지수를 1,350선 위로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물론, 이날의 폭등은 자본시장 통합법 수혜 성격이 강하지만 증권주들이 지난주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분석된다.
특히, 자본시장 통합법의 경우 앞으로 증권주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중장기적 호재로 풀이된다. 한화증권 서보익 연구원은 이날 증권업종에 대해 ‘비중확대’의견을 제시했다.
서 연구원은 “자본시장 통합법으로 증권사들이 자산운용사와 합병이나 제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한, 위탁매매에 치중한 증권사들이 향후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해 중개뿐만 아니라 운용과 투자 주체로서 자본시장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 만큼 대형화가 가능한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더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프로그램 매도차익잔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수급 측면에서의 긍정적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 매도차익잔고는 17일 현재 사상 최고치인 2조700억원에 이르고 있는 반면, 매수차익잔고는 6,500억원으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매도차익잔고는 언제라도 현물시장에 프로그램 매수세로 유입될 수 있는 물량이라 다음달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심상범 연구원은 이날 “프로그램 매수 여력이 사상 최고수준으로 누적돼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늦어도 옵션만기일 전주까지 프로그램 매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프로그램 매수에 의한 지수 상승과 이에 따른 각종 저항선의 돌파는 다시 선물 투기 세력의 매수세를 강화시키는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와 유가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라는 점도 본격 반등시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정보기술(IT) 종목들이 여전히 부진한 상태인데다가 최근 국내 증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일본 증시의 부진 등 악재도 있어 확고한 상승추세로의 전환은 이르다는 신중론이 여전히 우세하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급격한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국내 증시가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IT주의 부진과 일본 증시의 부진 등을 감안할 때 반등이 전고점인 1,400선을 넘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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