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주의 별칭은 ‘외로운 별’, 즉 론스타 스테이트(Lone Star State)이다. 흰 색과 빨간 색, 짙은 푸른색의 줄무늬 바탕에 별 1개가 외롭게 그려진 텍사스주의 깃발 이름이 바로 론스타이기 때문이다.
원래 멕시코의 영토였던 텍사스는 개발 붐을 타고 몰려든 미국인 이주자들이 전쟁으로 멕시코를 몰아내고 1836년 분리독립을 했다. 이 전쟁에서 멕시코와의 전면전을 우려한 미국이 지원 요청을 외면해 홀로 싸움을 벌였고, 그래서 이 때 만들어진 주기가 론스타로 불리게 됐다는 속설도 있다.
■이 외로운 별이 한때 서울 강남의 밤하늘을 밝힌 적이 있다. 강남을 오가다가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역삼동 스타타워(지상 43층) 빌딩 꼭대기에서 빛나던 거대한 별 조명이 이 빌딩주인이자 1991년 텍사스에서 시작된 세계적 투자펀드 론스타를 상징한 것이었다.
론스타는 세계적으로 200억 달러의 자산을 운영하는 폐쇄형 펀드로 외환위기 직후 국내에 들어와 헐값으로 쏟아진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인수해 막대한 이득을 보았다.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사들인 스타타워를 3년반 만에 3,000억원을 남기고 지난해말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되판 사례가 대표적이다.
■론스타의 한국투자에서 최대 대박으로 꼽히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이 정치권의 의혹제기로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이 가운데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 의혹은 정말 어이가 없다.
외환은행은 2003년 7월 BIS 비율이 연말에는 부실 금융기관 수준인 6.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팩스로 금융감독원에 보냈고, 이를 근거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허가됐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은행장의 사인도 없고 누가 작성했는지도 불분명한 유령문서로 드러났고, 내부 이사회에 보고된 연말 BIS 비율 추정치는 10.0%라는 주장이다.
■이 의혹은 정말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국책은행을 금융업 경험이 없는 투기펀드에 판다고 반대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이뤄진 외환은행 매각이 이렇게 엉터리 문서 한 장으로, 제대로 된 검증 절차가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래서 감사원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기대한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어서 조명이 중단됐지만, 강남의 빌딩숲 한복판에서 번쩍이는 거대한 별을 보며 느꼈던 기괴함을 이번 의혹을 보며 떠올리게 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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