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투수들은 ‘농번기의 부지깽이’다. 적어도 출전 기회에서 소외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국 대표팀에 ‘마운드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주전 투수와 비주전 투수의 구분이 사실상 사라졌다. 투수들의 투구수를 제한하는 WBC의 독특한 규정 때문이다.
20일 일본 후쿠오카의 사이토 자키 실내연습장에서 대표팀의 첫번째 훈련을 지휘한 김인식 감독은 “투구수를 제한하는 규정 때문에 2경기 정도면 모든 투수들이 다 소진될 것 같다. 모든 투수들이 다 나간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야구경기는 선발 투수들이 6~7이닝을 던지고, 나머지 이닝을 셋업맨과 마무리 투수가 책임지는 시스템. 그러나 1경기에 투수 1명이 던질 수 있는 공은 65개(1라운드)로 제한한 까닭에 선수들의 ‘릴레이 등판’이 예상된다.
김인식 감독은 “49와 29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정상 50개 이상을 던진 투수는 최소 4일을 쉬어야 하고, 30개 이상을 던진 투수는 하루를 쉬어야 한다. 김인식 감독은 “다음날 경기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투수는 딱 29개까지 던지게 한 뒤 빼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구수를 맞추다 보면 1경기에 등판하는 투수들이 늘어나고, 엔트리에 들어있는 13명의 투수가 총출동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김인식 감독은 마운드의 ‘집단 마무리 체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마운드 운영 방침은 25ㆍ26일 벌어지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와 3월1일 지바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서부터 적용될 전망. 대표팀의 투수코치인 선동열 감독은 “3차례의 연습경기 때 모든 투수들이 적어도 2회 이상은 출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오카(일본)=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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