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의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건처럼 투기성 자본의 ‘먹튀’ 행태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 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가 과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2008년 매각 예정인 우리금융지주를 외국자본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최근 금융ㆍ산업자본 분리 재검토를 주장하며“우리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겨서는 안된다”며 불을 지핀 데 이어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은 정부가 보유한 금융지주의 매각 시한을 없애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현 여건에선 우리금융이 2008년 매각되면 외국자본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자본이 성숙할 때까지 일단 매각 일정을 늦추자는 의도다. 이 의원은 “여야 의원들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은행, 국방 등 국가기간 산업에 대한 주식을 외국인이 취득할 시 정부 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증권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은행 등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인수 합병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중이다.
전문가 대다수도 금융시장이 다른 분야에 비해 급속도로 개방되면서 외국자본의 지배가 지나치고, 또 외국 자본이 금융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까지 외국자본에 넘어갈 경우 외국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절반 이상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외국자본을 대신할 대타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 여건에서 시가총액 14조원대에 이르는 우리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딱히 없으며 정부로서도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12조원을 묵혀 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금산 분리 원칙을 일부 완화해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을 길을 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윤 위원장이 일단 총대를 멘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도 대기업의 은행 지분 참여를 현 4%선에서 10%선까지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자본을 경계하더라도 금산분리원칙까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금산분리 완화는 더 큰 우를 범하는 것이다”며 “은행의 소유 지배구조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망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우리은행의 매각은 한동안 보류된 채 대안을 놓고 각계의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