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교수의 연구비 횡령 비리,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 등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난 서울대가 이 달 말 교수윤리헌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17일 “다음 주 교수 평의원회의 최종심의를 거쳐 교수윤리헌장을 공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대의 움직임에 대해 대학 안팎에서는 “상아탑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졸속”, “잇따른 악재를 모면하려는 생색내기용” 등의 비판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1998년과 2000년에도 윤리헌장을 만들려다가 그만 둔 적이 있다. 지난 해에도 7월 공대 연구비 비리 사건이 터지자 9월쯤 윤리헌장 제정 작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별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황 교수 파문이 불거지면서 갑자기 속도가 붙어 10인으로 이뤄진 윤리위원회가 제정 작업을 주도했다.
이런 까닭에 제정 과정에 학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 교수 평의원회 관계자는 “윤리헌장을 새로 만든다는 말을 언뜻 듣기는 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교수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아래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이 취지에 맞다”고 지적했다.
강제 구속력 보다는 선언적인 윤리헌장의 속성에 비추어 볼 때 공감대 부족은 향후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전국교수협의회 등 서울대 밖에서는 “우리 사회의 위선을 조장하는 단발성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윤리헌장이 결국 황 교수 사건에 따른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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