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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에게 바치는 스릴러 '손님은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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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에게 바치는 스릴러 '손님은 왕이다'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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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진(성지루)은 ‘손님은 왕이다’는 말을 최고의 가치로 삼으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발사다. 그는 ‘깎새’라는 비아냥에 심한 거부 반응을 보일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소시민인 창진에게 특이한 점이라고는 아름다운 아내(성현아)의 존재 정도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괴이한 손님 김양길(명계남)이 찾아와 “뺑소니 사고를 목격했다”며 협박을 한다.

양길은 처음엔 입막음용으로 15만원을 요구하고, 이후 이발소에 정기적으로 들를 때마다 이전의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갈취한다. 양길이 음흉한 눈빛으로 아내까지 넘보자, 창진은 급기야 해결사 이장길(이선균)을 고용해 악몽 같은 현실을 벗어나려 한다.

‘손님은 왕이다’는 많은 영화들에게 경배를 바치는 스릴러 영화다. 독일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영화 제목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양길의 협박 문구로 사용하며,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인 코엔 형제의 ‘블러드 심플’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에서 여러 장면을 빌려 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손님은 왕이다’는 명계남을 위한 영화다. 양길이 실은 연기에 미쳐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영화 단역 배우로 활동한 명성남이라고 설명하는 대목은 명계남의 연기 인생과 그대로 겹친다. 양길도 명계남이 ‘초록물고기’에서 연기한 조직폭력배 두목의 이름이다. 양길이 퇴물 단역배우로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영화 속 설정은 그의 악랄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양길은 “인생은 연극이며, 인간은 무대 위의 배우”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삶과 연기의 구분을 무너뜨리며 반전의 묘미를 던져준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 흑백과 컬러 화면의 교차,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 놓은 편집과 CF같은 화면분할 등 다양한 영화적 재미가 눈길을 끌지만 설명조로 풀어내는 이야기의 밀도는 스릴러답지 않다. 오기현 감독의 데뷔작. 23일 개봉. 18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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