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치러진 대선 결과를 두고 혼란을 거듭하던 아이티가 르네 프레발(63ㆍ사진)을 새 대통령으로 최종 결정했다.
아이티 선관위는 15일 “문제가 됐던 백지 투표 8만5,000장을 유효 투표에서 빼기로 했다”며 “그 결과 프레발 후보의 득표가 50%를 넘었다”고 당선을 공식 선언했다.
7일 실시된 선거에서 프레발은 과반을 얻을 것이 확실시 됐지만 선관위는 13일 그가 득표율 48.7%를 기록, 다음달 19일 결선 투표를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프레발 지지자 수 천 명이 연일 선거와 개표 부정을 주장하며 전국 각지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유엔은 시위가 더 이상 확대될 것을 우려, 중재에 나서 대통령궁과 선관위, 프레발측이 참여하는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선거 결과를 재조사한 뒤 이 날 ‘프레발 승리’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프레발은 1996년~2001년에 이어 두 번째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그의 앞길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망명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전 대통령 처리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2004년 유엔 아이티안정화임무군 9,000여명이 주둔했지만 아리스티드 찬반 세력간 다툼으로 무려 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빈민층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프레발을 지지한 이유는 그가 1970년대 이후 반미, 반독재 운동을 함께 한 30년 동지 아리스티드를 귀국시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반대하고 있어 아리스티드를 섣불리 불러오기도 힘든 처지다. 대통령 시절 쿠바와 외교 관계를 맺고 반미 운동을 이끌었던 아리스티드는 미국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미국은 대선 전부터 ‘경제 원조 중단’ 카드를 내세우며 아리스티드의 귀국을 막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하루에 1달러도 못 버는 등 완전히 망가진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프레발로서는 미국을 비롯한 유엔이 약속한 원조금 12억 달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프레발은 이를 의식해 대선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아리스티드의 복귀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BBC방송은 “아리스티드 귀국이 무산될 경우 그 지지자들은 또 다시 들고 일어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아이티는 또다시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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