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이 함께 일을 벌이다니 처음엔 좀 코믹한 것 같아 망설였어요. 그런데 하고보니 아주 재미있는 작업들이 많이 나왔어요. 백남준도 ‘예술은 사기’라고 했잖아요. 장난치듯 즐겁게 하니까 작품이 되네요.”(시인 오세영)
문단과 화단의 원로인 동명이인 오세영(吳世榮ㆍ63ㆍ서울대 교수) 시인과 오세영(吳世英ㆍ67ㆍ한서대 교수) 화백이 함께 봄맞이 시화전을 갖는다. ‘바이러스로 침투하는 봄’이라는 전시명으로 3월1~7일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2년간 이들이 공동 작업한 75점의 시화가 걸린다.
서울대 출신인 두 동문 작가의 교류는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활동하던 오 화백이 1996년 영구 귀국하면서 시작됐다. 우연히 처음 상면한 자리에서 체류시절 시인의 시를 읽으며 향수를 달랬다는 화백의 고백이 이어지면서 평생지기가 됐다.
“좋은 작품은 오려서 내 그림 옆에 붙여놓고 보고 또 봤으니, 실제 만난지는 십년이지만 반평생을 오 시인의 시와 함께 산 셈입니다.”(화가 오세영)
만나면 두 사람은 동양사상과 철학,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주로 시인이 말하고 화가는 듣는다. “하루종일 얘기해도 지루하지 않다”니 연인과 다를 바 없다. 오 화백은 “시인과 함께 하니 나도 반 시인이 됐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올 여름에는 백담사에서 오 화백의 작품에 오 시인이 시를 붙이는 형식의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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