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마호메트 만평을 실은 서방 언론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던 파키스탄 시위대는 사건 진원지와 별 관계없는 KFC, 피자헛 매장과 한국의 삼미 대우고속 운수법인이 운영하는 버스 터미널에까지 불을 질렀다.
시위 과정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 중동 아시아 등에서 만평 파문에 따른 시위가 잇따랐지만 외국계 기업 건물을 직접 공격한 것은 파키스탄이 유일하다. 시위의 규모나 강도도 훨씬 극렬하다.
라흐로 대학의 라술 바크시 라이 교수는 파키스탄 시위가 더 호전적인 이유로 빈부격차와 뿌리깊은 반 서방정서를 들었다. 그는 "피자헛 KFC 노키아 매장은 파키스탄에서 부자들만 가는 곳으로 통한다”며 “마호메트 만평이 이들의 분노에 불을 당긴 셈”이라고 진단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정부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적극 협조하며 당시 탈레반 정권 붕괴에 나섰다. 파키스탄 국민은 그러나 “다른 무슬림 국가로부터 배신자라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미국 편에 섰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시에드 자와드 아산은 “9ㆍ11 테러 이후 미국 등 서방 언론은 테러리스트가 파키스탄과 관계 있다며 파키스탄을 테러범 양성소로 몰아세웠다”면서 “테러 국가로 낙인찍어 물건을 사주지 않아 수출 길도 막혀 버렸다”고 한숨을 지었다.
지난해 미국은 파키스탄에 최신형 F_16 수 십대와 열추적 공대공 미사일 등 미사일 400여 기를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아산은“무기는 실컷 팔면서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춰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들은 척도 안 한다”며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에게는 세금을 줄여주면서 우리는 왜 무시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다음달 집권 후 처음으로 인도를 공식 방문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은 잠시 머물면서 인도에는 4일 간이나 머무는 것도 자존심을 긁었다.
파키스탄의 반 서방정서는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제기된 미국의 무장단체 지원 책임론에 뿌리가 닿아있다. 미국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파키스탄 내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에게 자금과 무기를 대주며 소련에 대항케 했다.
일부에서는 얻은 것도 없이 미국 편에 서려는 무사랴프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서민들이 반 정부 시위로 방향을 틀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시위는 다음달 4~ 5일로 예정된 바산트 축제(일명 봄 축제)때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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