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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이 정말 공부 더 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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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이 정말 공부 더 잘하나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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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아파트는 남자학교인 J고에 배정될 확률이 거의 100%여서 인근아파트보다 전셋값이 500만~1,000만원 가량 높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겨우내 예비고교생 아들을 둔 부모들에게 S아파트 전셋값이 왜 비싼지 입이 닳도록 설명해야 했다.

반면 이 지역의 남녀공학인 S고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D아파트에 이사 오려는 수요는 1건도 없었다. A씨는 “J고 주변은 강남의 대표적 서민 주거지역이지만, 남녀공학을 피해 J고에 입학하려는 수요 탓에 전셋값만큼은 강세”라고 말했다.

올해 중3이 되는 아들을 둔 H씨는 “자녀가 남녀공학에 배정되면, 아들을 둔 부모는 땅을 치고, 딸을 둔 학부모는 만세를 부르는 게 현실” 이라며 ‘여고남저(女高男低)’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실제 아들이 다니는 남녀공학 중학교에서 전교 석차 20위 안에 드는 남학생은 5명에 불과하다. 그러면 요즘 여학생들이 정말로 과거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것일까.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2006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 표준점수를 분석한 결과, 상위권 50%내에서는 오히려 남학생이 여학생을 앞섰다.

여학생이 강세라는 언어영역에서도 전체 평균으로는 남학생(98.89점)이여학생(101.25점)보다 다소 낮았지만, 상위 50%에선 남학생(115.59점)이 여학생(115.04점)보다 높았다. 수리영역에선 전체 평균과 상위 50% 모두 남학생이 높았다.

수능점수에 차이가 없는데도, 남녀공학에서 여고남저가 뚜렷한 이유는 내신평가가 여학생에게 유리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은 2001년부터 중·고교에 ‘수행평가’ 제도가 도입된 뒤 여학생 우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한다.

성(性)에대한 호기심이 많고 게임이나 운동에 몰입하는 성향이 강한 남학생이 학습태도와 과제물 제출 등 성실성이 강조되는 수행평가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습능력 자체만 보면 남학생이 여학생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결국 여고남저는 창의력과 응용력·문제해결 능력보다 성실성을 중시하는 수행평가 제도가 만들어낸 일종의 착시 현상인 셈이다.

사법시험에서의 여풍(女風)도 마찬가지다. 여성 합격자 비율이 2002년 23.95%에서 2005년 32.27%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여성 응시자비율도 18%에서 27%로 급증했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가정내에서부터 남자와 동등하게 대우를 받으며 자란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이 ‘금녀(禁女)의 영역’에 도전한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기도 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2008학년도부터 수능이 등급제로 바뀌면 남녀공학기피현상이 더욱 심해질 우려가 크다.

아들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선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내신 비중이 커져 남학생들이 더욱 수세에 몰릴것이라며, 내신평가 체제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미경 박사는 "현재의 수행평가와 내신 위주의 대입 제도가 남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고재학(팀장)ㆍ조철환ㆍ이동훈ㆍ박원기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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