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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조작說 아이티 몸살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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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베르트랑 아리스타드 전 대통령 망명 이후 2년 만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 아이티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반미주의자 르네 프레발(63) 후보가 손쉽게 당선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13일 임시선거관리위원회는 “7일 치러진 1차 투표 결과 프레발이 과반 획득에 실패해 결선투표로 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반발한 시민 수 천 명은 연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와 전국 각지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통신은 “시위대는 선관위 사무실이 있는 몬타나 호텔 등에 불을 지르고 타이어와 쓰레기 더미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교통을 마비시켰다”며 “특히 시위대가 유엔평화유지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요르단 출신 평화유지군의 발포로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이 주도하는 평화유지군 대변인은 “평화유지군이 시위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가 이미 숨진 뒤”라며 “경고용으로 공중에 사격을 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브라질은 아이티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

선관위는 개표가 90% 진행된 상황에서 프레발 후보가 득표율 48.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결선투표를 치른다는 규정에 따라 3월 19일 또 한 번 투표를 해야 한다.

그러나 프레발 후보의 지지자들은 “두 번 다시 투표는 없다. 결선투표가 실시되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외쳤다. 이들은 3일전부터 선관위가 결과를 조작하려고 시간을 끌고 있다며 개표결과를 빨리 발표하라고 시위를 벌여왔다.

실제로 개표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선관위가 총 투표용지 220만장 중 14만7,000장을 알아볼 수 없다고 무효처리하고 8만5,000장을 백지투표라며 역시 무효라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곳곳에서 투표용지가 없어졌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관위 위원 2명도 현지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자신들의 개표소 접근이 봉쇄됐다며 개표 조작을 주장했다.

프레발 후보는 고향에서 급히 상경, 아이티 주재 미국 대사를 만나 사태 해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선투표에 가더라도 1차투표에서 11.8%를 얻은 2위 레슬리 마니가 후보와의 격차가 워낙 커 프레발의 당선은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무너진 경제를 살리고 극심한 치안 불안을 해결해야 하는 프레발로서는 1차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길 바라고 있다”며 “그가 시위 자제를 촉구할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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