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동 끌어안기가 심상치 않다.
독일 슈피겔 인터넷판은 15일 “소련 붕괴 후 중동에서 발을 뺐던 러시아가 중동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그 빈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EU)이 무기를 버리지 않는 한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서방 국가들이 무조건 핵 폐기로 압박하며 협상 중단을 선언한 지가 오래 전이지만 러시아는 중재안을 만들어 이란으로 달려가면서까지 외교적으로 풀기 위해 몇 달째 애쓰고 있다.
러시아가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옛 소련 시절 러시아는 중동을 놓고 미국과 각축을 벌였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권과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자 소련은 이에 맞서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에 무기와 자금을 대주면서 대항마로 키웠다. 러시아 정부는 이스라엘군에 입대하겠다는 러시아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이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이 체제 정비와 경제 살리기 등 발 등에 불을 끄기 위해 미국에게 중동을 ‘양보’하면서 영향력이 와해했다. 미국에 경제적 반대급부를 얻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정치전문가 조리 프리드먼은 “옐친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엉망진창이 됐고 미국은 중동은 물론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 앞마당까지 밀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푸틴이 중동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는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란에 비싼 무기를 상당수 팔았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도 맺었다. 시리아 군대는 러시아산 신무기로 업그레이드 했다.
프리드먼은 “석유, 천연가스 등을 팔아 러시아 경제가 활황을 누리면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며 “그는‘미국이 싫다면 러시아와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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