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은 14일 재무제표를 분식해 수백억 원의 돈을 대출 받은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에게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1심과 같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징벌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사회봉사명령을 덧붙였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그동안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기소된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라는 ‘선처’를 받았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도 항소심에서 감형돼 풀려나는 것은 재벌 총수 재판의 한 패턴이 돼왔다. 때문에 으레 재벌총수 재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논란이 따랐다. 이런 관행에 비춰볼 때 집행유예에 더해 벌금이나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것은 법원의 긍정적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면을 들춰보면 고개를 가로 젓게 된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인정된 혐의 중 금융회사에서 221억원을 대출받은 부분을 유죄로 추가 인정했다. 1심에서 인정된 사기대출 액수가 600억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221억원 사기 대출에 대한 양형이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두산그룹 총수 일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8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실형 선고가 부담스러워 모양 좋게 사회봉사명령을 보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원에 좀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접근 통로가 막혀 있다는 점에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토로할 만큼 법 잣대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뿌리 깊다.
법원이 벌금이나 사회봉사명령과 같은 ‘중형’ 선고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비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엄하다는 인상을 불식하지 않는 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는 요원할 뿐이다.
최영윤 사회부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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