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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음 속 산처럼 들어앉은 친구여' 브로크백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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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음 속 산처럼 들어앉은 친구여' 브로크백 마운틴

입력
2006.02.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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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사랑이었다. 신이 정한 금기는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었다. 신분과 국적 때문에 사랑을 떠나보낸 이들의 서글픈 사연은 그들에겐 사치였다. 그들은 모든 장애를 뛰어넘고, 모든 굴레를 벗어던져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빚어냈다. 아니, 세상이 시기하고 질투하고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그들의 사랑은 죽음도 초월할 수 있었다.

갓 스물을 넘긴 남루한 행색의 두 서부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일거리를 찾아 록키산맥의 양 방목장으로 흘러든다. 가진 것이라곤 낡은 가방과 폐차 직전의 트럭뿐이지만 두 사람에게도 ‘내일’은 있다. 에니스는 약혼녀 알마(미셸 윌리엄스)와의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고, 잭은 유명 로데오 선수를 꿈꾼다.

둘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양을 치며 눈 내리는 여름을 함께 보낸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양들이 풀을 뜯는 초원은 절경이나 그들의 생활은 짐승과도 같다.

새벽 이슬의 한기 속에 몸을 뒤척여야 하고 캠프에서 방목장까지 4시간을 오가야 한다. 가난을 업 삼아 살아왔고 또 살아가야 하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서 가슴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둘은 어느 날 밤 취기와 온기에 기대 잠자리에 들고, ‘일’을 저지르고 만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신에 의해 ‘금지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남남’(男男)간의 사랑을 풀어내면서도 영화는 세상의 모든 사랑을 변주해낸다.

‘일’을 치른 뒤 에니스와 잭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저 “어제 밤 일은 잊어달라”고, “나도 게이가 아니야”라며 섣부른 ‘불장난’을 저지른 연인들처럼 곤란해진 자신들의 상황에 도리질을 친다. 하지만 둘은 곧 주체할 수 없는 연정에 달뜨고, 이내 사랑에 빠진다.

기약 없이 헤어져 각기 가정을 가진 가장이 된 두 사람이 4년 만에 만나 근근히 이어가는 20년간의 사랑의 행로를 동성애라는 잣대로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가정을 지키려는 에니스의 현실 인식과 주변 시선에 아랑곳 않는 잭의 애정 표현은 ‘남남관계’라는 사실만 빼면 지극히 보편적이다.

사랑을 곁에 두지 못해 다른 남자에게 욕정을 해소하는 잭과 이에 강한 질투심을 느끼는 에니스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두 남자의 특별한 관계는 쏟아지는 사랑이야기의 홍수 속에서도 유난히 반짝인다. 사랑하고 기다리다 끝내 죽음으로 이어지는 애틋한 사랑이 대자연 속에 스며들며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가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연인 잭과 이별을 고한 중년의 에니스가 속삭이는 마지막 한마디.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맹세한다….” 세월 속에 사랑을 묻어두고 돌아갈 수 없는 머나먼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을 치게 될 말이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헐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인간의 내면을 탐색한 리안(李安) 감독은 수려한 자연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음표 삼아 가슴을 헤집는 비가(悲歌)을 완성했다. 동성애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관객이라도 가슴에 젖어 드는 비애를 쉽게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가 애니 프루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해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최우수 작품상 등 올해 골든글로브 4개 부문을 휩쓸었다. 3월5일 열리는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8개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려놓았다. 3월1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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