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선거판에 ‘군인바람, 흑인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100여명에 이르는 역전의 용사들이 상ㆍ하원 진출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이 수치는 50년만의 기록이다.
여기에는 군인 출신 현역 의원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와 함께 의원 또는 주지사를 노리는 흑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고위 선출직을 향한 아프리칸-아메리칸(흑인)들의 정치참여는 올해 진정한 분수령을 맞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민주당이 먼저 군인 출신 영입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여론 때문에 공화당에 밀리기만 하던 ‘국가 안보’ 이슈에서 공세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참전 용사가 이라크전을 비판하면 그만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민주당 논객이나 이론가들이 이 전략에 동조하고 있어 영입은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걸프전, 발칸전, 심지어 베트남전 출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화당도 질세라 부지런히 맞불을 놓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F_15 조종사로 참전했던 제프 래터스는 애리조나주 제8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 공화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베트남전 참전용사 마이크 젠킨스와 재향군인 맞대결을 벌인다.
공화ㆍ민주 양당 자료에 따르면 영입 또는 자원으로 출사표를 던진 군인 출신은 공화 40명, 민주 57명으로 민주가 앞서고 있다. 군인 출신 현역 의원 가운데 3분의 2가 공화당 소속임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군인 출신에 들이고 있는 공이 짐작이 간다.
민주당에 들어간 군인 출신들도 “내가 민주당의 구원자”라고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민주당 군인 출신 후보 지역구가 대부분 2004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면서 “하원 선거는 안보 보다는 경제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애써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
흑인의 출마와 관련해선 공화ㆍ민주 양당을 막론하고 흑인 불모지나 다름없던 상원 도전이 거세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테네시, 메릴랜드, 미시건 주 등에서 흑인들이 유력한 상원의원 후보로 떠올랐고 매사추세츠,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흑인들이 주지사를 노리고 있다.
메릴랜드의 경우 공화ㆍ민주 양당의 흑-흑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풋볼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와이드 리시버 출신 흑인인 린 스완 공화당 후보가 현직 민주당 주지사와 일전을 벼르고 있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유일한 상원 의원이었던 캐롤 브라운 전 의원은 “내가 출마했던 1992년에 나는 비웃음의 대상이었다”며 “지금 흑인들의 활약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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