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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역사 탐구와 언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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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역사 탐구와 언론 자유

입력
2006.02.2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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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실재하지 않은 신화’라고 부인한 영국 역사학자가 오스트리아에서 징역 3년의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이 화제다. 16년 전 오스트리아의 극우파 모임에서 떠든 발언을 끝내 용인하지 않고 처벌한 사법당국의 의지가 우선 놀랍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숭상하는 선진 민주국가에서 과거 역사를 나름대로 탐구한 학자의 견해를 사법적으로 단죄하는 것이 어색한 느낌도 든다. 때마침 마호메트 풍자만평 파문과 관련, 언론 자유의 한계가 뜨겁게 논란되는 상황이어서 한층 관심을 모은다.

■논란의 주인공 데이비드 어빙(67)은 원래 역사학도는 아니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1950년대 독일 제철소에서 일하다 1963년 귀국한 뒤 2차 대전 연구서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엄청난 민간인 희생을 초래한 연합군의 드레스덴 대공습의 야만성을 고발한 첫 저술은 나치 만행에 가려졌던 전쟁의 단면을 조명, 국제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역사적 사실로 공인한 홀로코스트(Holocaust)가 과장됐고, 히틀러가 이를 몰랐을 수도 있다는 등의 주장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키면서 악명을 얻었다.

■어빙은 1989년 오스트리아에서 홀로코스트 부인 강연을 했다가 추방되는 등 극우파와 네오 나치를 선동한 행적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입국이 금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그가 다시 강연을 위해 입국하려 하자 오스트리아 검찰은 사법처리를 경고했고, 이를 무시한 어빙을 곧장 구금하고 16년 전 발언을 문제 삼아 기소한 것이다.

어빙이 화를 자초한 것은 홀로코스트 발언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되풀이하면서 파산상태에 이른 나머지 지지세력의 동정과 지원을 얻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어빙 단죄를 놓고 언론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우려도 있다. 60년 전 과거사를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도 이제 낡은 것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동구 등 나치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인 독일 오스트리아 사회가 이런 발언에 당혹감과 위협을 느끼는 한 처벌은 정당하다는 견해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학문적 근거도 없는 거짓말로부터 사회 질서와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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