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출마선언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군사적 대치 상태에 있는 분단국이자 특정 국가의 동맹국에서는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통념이었다. 반 장관의 출마선언은 더 이상 그 같은 상황이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꿈의 실현에 굴레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분단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것은 유엔 사무총장 도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수립 과정과 6ㆍ25 전쟁을 전후해 유엔의 많은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취를 토대로 유엔을 이끌어갈 사무총장 후보를 내게 된 점도 의미있는 일이다.
반 장관은 40년 가까이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경륜을 쌓아왔다. 유엔 참사관과 총회의장 비서실장, 외교장관으로서의 행정경험도 풍부해 유엔 사무총장직을 감당할 역량과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지역순환 원칙에 따라 이번에는 아시아 차례라는 묵시적 동의가 유엔 주변에 형성돼 있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은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를 끌어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갈등 조정자인 유엔사무총장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현안을 안보리에 보고함으로써 유엔의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한반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반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이 된다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선까지는 어려움이 많다.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한 나라도 반대하지 않아야 하는등 까다로운 과정을 넘어야 한다. 북핵 문제가 악화할 경우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유엔사무총장 도전은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의 일이므로 정부가 지나치게 나설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는 북핵 상황 관리 등 여건 조성에 지혜를 발휘하고 유엔 분담금 미납 문제 등도 슬기롭게 매듭 지어야 한다. 국민적 성원과 민간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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