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정치권은 ‘애초 사들인 과정이 석연치 않으니 팔더라도 의혹을 풀고 나서 팔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을 제 가격에 사야 할 텐데 너무 서두르다 바가지 쓰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점차 힘을 얻는 중이다.
이런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는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기관은 마음이 급하기만 하다. 누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느냐에 따라 금융권의 구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이 39%로 높아져 1강 체제가 구축되는 반면, 하나은행이 사들이면 국민 하나 신한 우리 등 다극체제가 형성될 판이다.
외환은행 매각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 론스타가 씨티그룹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인수자들에게 비밀유지약정서(CA)를 발송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권의 눈은 일제히 외환은행 매각 건으로 쏠렸다. 론스타가 여러 불리한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3월말 매각완료 방침’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자 매각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당장 론스타가 처한 여러 상황을 거론하며 ‘치고 빠지기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두 은행은 금세 “아직 준비 중인 게 없다”며 물러섰고, 론스타도 6일 이례적인 입장발표를 통해 “매각을 서두를 생각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실제 론스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정치권의 반대. 외환은행 매각이 아무리 사기업 간의 거래라지만 여론뿐 아니라 은행 감독당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권이 매각중단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일이 순조롭게 풀릴 리 없다.
법적인 문제도 걸려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국세청이 고발한 론스타의 탈세 혐의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발한 외환은행 인수 당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조사중이다.
검찰이 이를 기소해 벌금형 이상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행법상 론스타는 대주주 자격을 잃게 돼 10% 이상의 지분은 팔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매각할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1997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말부터 착수한 외환은행 세무조사도 큰 변수다.
이런 복잡한 상황은 지난주 국민은행의 CA 제출과 실사 준비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급반전됐다. 한동안 ‘좀 더 기다릴 것’이라며 버티던 하나금융도 다급한 듯 뒤따라 CA를 제출했다.
이후 두 은행은 “국민이 진정한 리딩뱅크가 되려면 외환 인수가 필수적”(국민은행 강정원 행장), “국민이 인수하면 독과점 등 부작용이 발생하니 하나가 인수해야”(하나금융 윤교중 사장) 등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황을 수수방관한다며 정부와 감독당국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근본적으로 사기업 간의 거래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적은 상태다. 당분간 외환은행 매각은 여론이라는 심판을 두고 론스타, 국내 은행, 정치권 등이 밀고 당기는 ‘다자간 게임’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론스타 얼마나 버나/ 당장 지분팔면 최소 3兆이상 차익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팔면 얼마 정도의 이득을 볼까.
현재 론스타가 보유중인 외환은행 지분은 50.53%. 15일 종가 기준으로 외환은행 주가는 1만3,950원으로 시가총액은 8조9,964억원이다. 론스타가 당장 지분을 판다면 약4조5,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론스타가 2003년 10월 외환은행 증자에 참여하면서 쓴 돈이 약 1조4,000억원이니, 론스타는 이번 매각으로 적어도 3조원 이상의 이득을 보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쟁이 심해지면 가격은 더 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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