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이미지
조지프 캠벨 지음ㆍ홍윤희 옮김
살림 발행ㆍ3만원
고대 이집트 신화에는 오시리스라는 신이 나온다. 이시스는 쌍둥이 누이이자 아내이고, 세트는 동생이며, 네프티스는 세트의 쌍둥이 누이이자 아내이다.
어느날 오시리스는 어둠 속에서 네프티스를 자신의 아내 이시스로 오인했고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이를 안 세트는 복수심에 불타 석관을 몰래 만든 뒤 파티에서 형을 유도, 그 안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세트는 곧바로 뚜껑을 봉한 뒤 석관을 나일강에 던진다. 시리아로 옮겨간 이시스는 그곳에서 남편이 갇힌 관을 찾아 왕의 거룻배로 옮겼다.
고향으로 돌아와 뚜껑을 열고 죽은 남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는 시신을 부여안은 채 오열했는데 그 순간 뱃속에 아이가 생겼다.
이시스는 남편의 시신을 가지고 갈대 늪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는다. 보름달이 뜬 어느날 세트는 멧돼지를 타고 늪으로 와 형 오시리스의 시신을 찢어 멀리 던져버리지만 이시스는 시체 조각을 모두 찾아 묻어주었다.
태어난 아이 호루스는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해 숙부 세트를 굴복시킨다.
그런데 이 신화는 성경과 닮은 점이 많다. 이시스가 아들 호루스를 임신하는 것은 성모 마리아가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한 것과 비슷하다.
이시스가 호루스를 데리고 세트를 피해 도망하는 것은 유아를 다 죽이라는 헤롯왕의 엄명을 피해 예수의 가족이 이집트로 피신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시리스와 세트라는 원수 형제는 카인, 아벨과 비슷하고 예수가 태어날 당시 등장하는 나귀와 황소 역시 오시리스, 세트의 관계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신화 혹은 종교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영광의 얼굴’(인도) ‘도철가면’(중국) ‘메두사’(그리스) 이다. 인도의 ‘영광의 얼굴’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잘란드하라 왕이 있었는데, 그는 건방지게도 우주를 관장하는 신 시바에게 도전하기로 하고 괴물 라후를 전령으로 보낸다.
이에 시바신이 크게 분노해 눈에서 번개를 쏟아냈는데, 이 번개가 사자머리를 한 마귀로 변신했다.
마귀는 라후를 잡아먹을 듯 했지만 시바의 만류로 멈췄다. 하지만 마귀는 배가 고파지자 자신의 몸을 먹기 시작해 머리만 남았다.
시바신은 마귀에게 “너는 지금부터 ‘영광의 얼굴’인 키르티무카로 불려질 것이며, 너를 경배하는데 태만한 자는 누구든 절대로 나의 은총을 받지 못하리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도철가면’에는 머리는 있고 몸은 없으며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메두사’는 페르세우스에 의해 머리가 잘려지고 아테나 여신의 방패에 그 머리가 걸리기도 했다.
신화와 종교에는 이처럼 거리와 시간을 초월하는 공통점이 많다. ‘신화의 이미지’는 신화 전설 종교 등에서 나타나는 그 같은 통일적인 개념이나 이미지, 그리고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발현하는 상징을 비교해보는 조지프 캠벨의 역작이다.
캠벨은 비교신화의 대가로, 이 책은 전 생애에 걸친 그의 신화연구의 결정판이다.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서평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책은 우주 질서를 시공간으로 탐색하고 동서양의 신화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드러내는가 하면, 요가를 통해 신화의 상징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고 신에 대한 민속과 문자 기록을 비교하기도 한다.
글도 글이지만, 그림 450여장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유럽 등의 신화와 예술의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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