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 후기에 막강한 권세를 휘두른 구사량(仇士良)이라는 환관이 있었다.
여섯 황제를 섬기며 독재한 20년동안그의 손에 왕 둘과 재상 4명, 후궁
1,000명이 죽었다고 한다. 그가 지병으로 물러나면서 후배 환관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단다. “너희들의 권세가 줄지 않으려면 천자에게 한시라도 쉴 틈을 주지 말아라.…매일같이 사냥이며 가무며 여색으로 황제의 마음을 미혹시켜 극도의 쾌락과 사치를 쉴새 없이 향유케 함이 제일이다.”
권력을 정치에만 한정한다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앞서지만‘수완으로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터득하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일종의 처세술이 된다. 중국청년정치학원 동방문화연구소 교수인 쩌우지멍의권력관이 바로 이런 것이다. ‘권력은 관료사회를 비롯한 모든 조직과 사회의병법이자 경영학이며 삶을 승리로 이끄는 수단’이다.
‘권력 규칙’에서 쩌우지멍은 5,000년중국사의 유명한 사례들을 들어 권력
의 속성과 그것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인 명 태조 주원장, 중국 최초의 여성 황제를 자칭한 무측천, 나라를 사들인 거상 여불위, 상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진해서 똥물을 들이켜마신 신하 등 수많은 인물들이 어떻게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할 수 있었는지,그리고 어떻게 잃었는지가 흥미진진하다. 그사례들과 함께 저자는 권력을 얻기 위한 절차로‘여론을 조성하라’‘역량을 조직하라’‘시기를 포착하라’, 또권력을 얻기 위한 계략으로‘싸움에 임하여 속임수를 꺼리지 말라’‘바보와 약자를 이용하라’ 등을 꼽았다. 저자의 주장대로 과연 권력이 선악을 논할 바가 못되는 것인지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