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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06 한국경제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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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06 한국경제 관전포인트

입력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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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제학자가 후배들에게 남긴 격언이라고 한다. “경제전망은 절대 하지 마라. 꼭 해야 한다면 자주 하라.” 새로운 사건에 영향을 받고 경제구성원들의 심리에도 반응을 보이는 것이 경제이다.

미래의 사건과 사람의 심리를 예견할 수 없는 것은 일반인과 경제학자가 마찬가지이다. 경제전망은 틀릴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전망을 해야 하는 경제학자들은 매번 왜 전망을 수정하는지를 설명하여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경제전망치 자체가 아니라 전망의 논리이고, 더 의미있는 것은 그 논리가 시사하는 경제의 흐름에 대한 의견이다.

●경제 성장률 5% 전망의 논리

필자는 KDI의 전망팀을 대표하여 작년 10월과 12월 2006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5%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전망의 논리는 무엇인가? 지난 3년 한국경제의 침체는 내수 위축에 기인하였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언젠가부터 국민 모두가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래 소득이 불안한 마당에 어느 누가 소비를 늘릴 것이며, 거둬들일 수익이 불투명한데 어느 기업이 투자를 하겠느냐는 논설이다. 여기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사실에 보다 가깝다고 믿어지는 설명을 제시하면, 먼저 신용팽창에 의한 거품성장이 있었고, 이후 그 거품의 붕괴가 있었으며, 그에 따른 조정이 작년까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해 한 동안 신용카드사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의 급증이 있었다. 이것이 소비의 급증과 서비스업의 팽창을 가져왔다.

그 뒤 신용카드사가 부실화되면서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된다. 소비자는 과도하게 증가한 부채를 줄여야 했고 이에 소비가 위축된다. 소비 위축은 서비스업 침체로 연결되었고 서비스업과 관련된 설비투자가 급감하였다.

이제 신용카드사의 구조조정이 완료되었고 소비자의 부채조정도 상당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 작년 상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하반기에는 4%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하였음은 그 증거이다. 소비 증가는 이미 서비스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올해에는 아직은 미흡한 설비투자의 회복이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이 2006년 5% 성장 전망의 논리이다.

이 논리가 시사하는 한국 경제의 흐름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지난 3년의 경기침체를 장기전망이 어두워진 탓으로 설명하는 견해는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초입에 서있다는 입장에 해당한다.

잠재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최근의 유행이 이와 관련된다. 어떤 이들은 세계화와 기술 변화의 부정적 효과를 원인으로 거론한다. 세계화로 기업행태가 바뀌었다든지, 양극화가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주장들이 포함된다. 또 정권의 실책으로 기업이 투자의욕을 상실했다고 강조하는 해석도 한 부류이다.

●경제 흐름에 대한 의견은 엇갈려

반면 최근 경기침체를 신용팽창의 후유증으로 보는 논리는 지금의 경기순환을 그 이전의 경기순환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신용흐름에 의한 경기순환은 낯선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화, 정치질서 변화, 고령화, 기술 변화 등 중요한 환경 변화의 진행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 변화가 한국경제의 행로에 의미있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추측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효과의 구체적인 방향과 크기는 중장기적으로, 또 점진적으로 정해질 것이라는 견해이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환경 변화 때문에 이미 변화하였고 그래서 작금의 경기순환이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은 과장이라는 생각이다.

2006년은 두 견해 중 어느 쪽이 우월한지를 검증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를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소비 회복이 과연 기대하는 설비투자 회복으로 연결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신인석<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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