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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다양성 인정은 어릴적 교육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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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다양성 인정은 어릴적 교육부터

입력
2006.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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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식축구 선수인 하인즈 워드가 금년도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고 난 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고 한다. 혼혈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버려야 한다는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한국 사회가 좀 더 소수자를 배려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열린 사회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사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다양성을 수용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자라면서 다양성에 관한 교육이나 훈련을 거의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와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유아원에 다니던 딸 아이를 위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들여다 보다가 속으로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책에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정의 모습과 책 속에 묘사된 모습이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그 책에 의하면 가정의 구성원은 ‘엄마와 아빠, 형제들’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가정은 ‘내 마음이 속한 곳’이라 정의되어 있었다. 또한 소개된 그림들도 엄마나 아빠 중 한 명만 등장하는 한부모 가정은 물론이고, 조부모와 아이만 등장하는 그림, 입양 가정(부모와 아이의 인종이 확연하게 다른 그림)의 그림까지 다양했다.

이따금 그 때의 문화충격을 떠올릴 때마다 나에겐 한 가지 엉뚱한 궁금증이 일어나곤 한다. 그것은 지난 수 년 동안 게이 커플의 입양을 허가하는 미국의 주가 늘어났으니 지금쯤 그 책에는 동성 커플에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이 추가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초등학교 시절, 이른바 가정환경 조사라는 것을 하던 때가 떠올라 쓴웃음을 짓곤 한다. 당시의 담임선생님들은 부모가 모두 계신지 여부는 물론이고 부모의 학력, 재산 정도까지 별 시시콜콜한 것들을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물었다. 물론 한국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얼마 전 한국 신문에서 아동 10명 중 1명 꼴로 1명의 부모와 살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편부모라는 단어 대신 한부모라는 단어를 쓰는 등 사회적 소수를 배려하려는 분위기가 묻어나 반가웠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인즈 모자에 대한 지나친 열광과 부각은 그들에 대한 편견의 또 다른 발로가 아닐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인정해주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다양성의 수용은 우리 사고의 틀을 변화시키는 것이지, 요란한 열광과 갈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긴 시간과 꾸준한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한수민 시카고·국제로타리 세계본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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