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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하인스 워드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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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하인스 워드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

입력
2006.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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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는 영웅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식을 줄 모르는 화제다.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성장한 한 혼혈아와 그를 키워 낸 동양의 작은 여성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점을 하나 지적해 보고자 한다. 왜냐하면 워드의 성공 스토리 자체가 보편적 호소력을 갖는 아름다운 이야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한 성공한 ‘한국계’ 스포츠 스타를 미화시키는 식의 보도는 단순히 영웅주의에 함몰되어 감수성에 호소하는데 그치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야기가 주는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미국이란 사회는 이미 다문화 다민족사회로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인종의 차별은 있다. 그래도 이는 우리 사회보다는 더 나은 편이다.

우리 사회는 이를 인정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의 사람,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혼혈인들이 살 수 없는 나라인 것이다.

워드의 성공에 열광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속내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혼혈아들에게는 여전히 냉랭하고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이 남아 있는 것도 숨기기 힘든 우리 사회의 한 면이다. 좀더 솔직해 보자. 만약 하인스 워드가 우리나라에서 살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훌륭한 청년이 되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그가 살아갈 공간과 숨쉴 통로가 우리 사회에는 막혀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마치 영웅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가 한국의 혈통을 지녔다는 사실만으로 자랑하며 떠들어대고 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은 그들을 떠나게 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이 점에 대해 자성하며 우리 사회에서도 혼혈아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고, 하인스 워드 같은 젊은이가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 여성와 결혼한 한국 남성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1992년 2,057명에서 2004년에는 2만 5,594명에 이르기까지 했다. 또한 외국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도 92년 3,477명에서 2004년에는 9,853명이나 된다.

무수한 하인스 워드는 우리 사회에서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정호<대한성공회 샬롬의집 원장ㆍ신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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