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어디에서 올까. 도시에 살면서는 그 길목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정원의 꽃나무들도 아직은 특별한 기색을 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내가 봐오는 시장바구니 속에는 봄 향기가 가득하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늘 지금이면 양지쪽 밭 가에 나가 냉이를 캐곤 했다. 내가 캤던 적도 있고, 작은할아버지의 딸들인 당고모들을 따라 함께 호미를 들고 나섰던 적도 있었다.
이런저런 봄나물 중에도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것은 달래였다. 어느 밭둑에 키우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나는 달래를 삽으로 떠와 집 앞 밭둑에 옮겨 심었다. 몇 년 지나고 나면 달래가 그 밭둑 전체로 퍼져 나간다. 달래밭에 풀들이 밀고 들어오기도 하지만, 풀밭에 달래가 땅속으로 다른 풀 몰래 제 구슬을 하나하나 퍼뜨리며 터를 넓혀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달래도 예전 같으면 아직 철이 될 수 없다. 아내의 시장바구니 속의 봄나물들은 모두 비닐하우스 속의 나물들이다. 이른 봄 과일 역시 그러하다. 나는 한겨울 딸기를 먹을 때마다 할아버지 생각이 저절로 난다. 할아버지는 손주들을 위해 딸기밭을 따로 만드셨지만, 지금 철의 딸기는 드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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