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학 입시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했다고 한다. 서울대만 봐도 이른바 잘 나간다고 하는 의대나 법대, 상대는 거의 대부분이 등록을 한 반면, 자연대는 70% 내외만이 등록했다고 한다. 공대나 자연대에 합격했더라도 다른 대학의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등록을 포기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사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연구, 개발자들이 주말도 없이 밤을 새워 연구에 몰두해도 돌아오는 건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었던가. 이른바 잘 나간다고 하는 분야와의 비교는 물론 회사 내에서도 승진이라든지 연봉협상에서 결코 유리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제 우리도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연구, 개발자들이 실질적인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굳이 다른 분야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예는 물론 병역특례, 승진, 연봉 등에서 각종 우대제도가 확대 시행돼야 한다.
특허로 이어진 기술개발의 경우, 이미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이윤의 일부를 개발자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적극 도입돼야 한다.
이공계 기피는 단순히 이공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내일의 문을 여는 대한민국의 열쇠이자,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이들이다. 잘 나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최근 레이 오지나 우디 맨버 같은 굵직한 기술 인재들을 큰 보상을 약속하며 앞 다퉈 영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인재가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나아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을 알기에 이들 기업은 인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자랑해 마지않는 정보기술(IT) 강국도,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도 기술인력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좀더 적극적으로 이들의 연구의욕을 북돋을 시스템 개발이 절실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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