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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여성들의 기 좀 살려 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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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여성들의 기 좀 살려 줍시다

입력
200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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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남성들만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자에 대해 적는 글이니 우선 계집 ‘여(女)’자에 대해 잠깐 설명하겠다. ‘女’자는 본시 둥근 젖가슴을 가진 사람이 꿇어앉은 모습이다. 이처럼 문자로 탄생된 이래 한번도 기지개를 켜고 우뚝 서 본 적이 없는 ‘女’자는 이를 부수로 하는 다른 수많은 글자 때문에 또 서러움을 겪게 된다. 옥편을 뒤져보시기 바란다.

유달리 ‘女’자를 부수로 하는 안 좋은 의미의 글자들이 많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단 부수로는 간사할 ‘간(姦)’자, 하단 부수로는 망령될 ‘망(妄)’자, 가운데 부수로는 조롱할 ‘뇨(嬲)’자. 필자가 여성이기에 무슨 한이라도 품어 ‘문자대혁명’이라도 벌이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문자건 문화건 풍습이건 간에 수천년 하대받아 오던 세상의 딸들-여자들의 기를 좀 살려주자는 얘기다. 많은 나라를 가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다녀본 나라 중에서 한국은 여성이 대접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나라의 하나임은 확신한다. 한국의 식당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 있다.

머리 허연 여성 상사를 제쳐두고 새파란 하급 남성 직원의 밥상부터 차려진다. 여성 상사의 표정이 차차 어두워지지만 체념한 듯 차례를 기다린다. 한국인들이 그토록 강조하던 ‘윗사람 공경’에도 성적 구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명절만 되면 대개의 한국 어머니와 며느리들은 외국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명절증후군’이라는 요상한 병을 앓는다. 내가 아는 한 중국이나 미국이나 프랑스나 많은 나라들에서 명절에 장 보고, 음식 만들고, 청소하고, 식탁 차리고 등등은 가족 모든 구성원들이 각각의 제몫을 책임지고 해왔기에 즐거운 것이었다.

명절 음식 장만에 밥 한술 제대로 못 뜨고 눈코 뜰 새 없이 동동거리는 어머니와 며느리에게 방금 밥상 물리고서 후식 올리라며 성화인 남성 어르신들을 보노라면 그저 웃을 수밖에 더할 도리 없는 법이다.

외국인들 사이에는 오래된 정설이 하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은 한국 여성과 중국 남성이 이룬 가정이란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의무적으로 생각하는 이들에 대한 극찬이기도 하다. 이 땅의 모든 딸들은 내일의 어머니이자 며느리이다. 남녀평등이 진정 한국이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 흐름의 대세라면, 이참에 한국 여자들의 기 좀 살려줍시다.

추이진단ㆍ중국인ㆍ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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