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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바람에 전하여 묻는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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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바람에 전하여 묻는 안부

입력
200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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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바람 많이 부는 곳, 하면 습관적으로 제주도를 떠올린다. 예전에 초등학교 시절에도 바람 많고, 돌 많고, 여자 많다고 배운 삼다도다.

뭍에서는 어디 바람이 셀까. 그러면 또 저마다 자기 동네 바람을 든다. 어린 날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논둑길을 걷다가 혹은 냇둑을 걷다가 한순간 불어온 바람에 몸이 붕 떠올라 논바닥이거나 냇가에 처박힌 경험은 단연 우리동네 바람을 우리나라 최고의 바람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어제 강릉 지역에 돌풍이 불어 지붕이 날아가기도 하고 간판이 떨어지기도 하고 시설물들이 주저앉기도 하며 위험한 상황 속에 피해가 속출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금 이 철과 봄철의 강릉바람도 참 족보 있는 바람이다. 오죽하면 ‘통고지설 양강지풍’(통천과 고성엔 눈이 많이 내리고 양양과 강릉 사이엔 바람이 많이 분다)이란 말이 다 나왔겠는가.

아침 일찍 그 바람이 밤사이엔 어떠했는지 전화를 드리니 어른들은 자식들이 이미 다 알고 전화를 드리는데도 눈과 비는 피해가는 자리가 없어도 바람은 피해가는 자리가 있다시며 우리집 마당엔 바람 안 부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자식 앞에 늘 그 마음이 한결 같으시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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