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평택에서 열린 미군기지 이전반대 집회는 아무런 충돌이나 마찰 없이 끝남으로써 모처럼 평화시위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지난해 7월 같은 장소에서의 집회가 대규모 유혈충돌로 번져 경찰과 시위대 간에 400명 가까운 부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완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여러 이유를 찾을 것도 없다. 집회측과 경찰 모두 법과 원칙을 존중한 덕분에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경찰이 선뜻 집회를 허용한 것부터가 그렇다. 지난해에도 그랬듯 경찰은 과격화가 우려된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를 들어 편의적으로 집회 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일이 잦았다.
이 경우 참가자들을 잠재적 폭력시위자로 규정하는 셈이어서 이 때문에 도리어 과격 대응을 유발하는 측면이 적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에서 지나친 규제 인상을 주지 않으려 배려한 점도 돋보였다. 참가자들 또한 감정을 자제한 채 의사를 표현하고, 집시법에 명시돼 있는 폴리스 라인을 최대한 존중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사례 하나로 평화시위의 정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데에는 여러 상황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부인키 어렵다. 지난 연말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에서의 불상사와 홍콩시위로 인한 여론의 질타가 거셌던 데다, 전임 청장의 불명예 퇴진을 겪고 새롭게 출발한 경찰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다.
전례 없이 구성된 참관단 앞에서 서로 빌미를 잡히지 않으려는 심리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즉 이번 시위는 경찰이나 집회 측이 서로 대국민 명분 쌓기를 위해 벌인 또 다른 ‘시위’로 볼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지방선거를 치르는 올해에는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민감한 현안들이 첨예하게 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어떤 집회나 시위에서든 경찰과 참가자들 모두 이번 평택 시위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 집회 시위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논하기까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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