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지 말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이상수 신임 노동부장관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상견례를 했다. 새 장관을 향한 노동계의 당부와 쓴소리가 쏟아져야 할 자리이지만 배석한 민노총 지도부의 얼굴엔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조직이 내분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장관을 만나는 게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일의 민노총 대의원 대회는 무려 9시간 동안 대의원 자격에 대한 논란 끝에 회순도 못 정하고 끝났다. 위원장 보궐 선거도 못 치렀고 비상대책위원회도 파행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5개월간 위원장 공백으로 표류해온 민노총의 내홍이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민노총 지도부가 이 장관의 방문을 부담스러워 한 이유는 또 있었다. 같은 시간 바로 옆방에선 민노총 위원장 보궐 선거(21일)를 두고 후보자들이 “선거 연기”와 “예정대로 실시”를 주장하며 설전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21일 보궐 선거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민노총은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소중한 존재였다. 비정규직 등 소외된 노동자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올려 정부의 대책을 이끌었고, 민주노동당의 모태가 돼 정치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 강경파와 온건파의 내분에 휩싸인 민노총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난해 폭력 사태로 얼룩진 대의원 대회와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등으로 커진 실망은 이제 냉소와 무관심으로 변하고 있다.
노사정 관계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다. 장관과의 만남에서 민노총 지도부도 고개를 끄덕인 대목이다. 그러나 내부의 갈등과 불신으로 갈라진 조직이 노동계의 대화합을 외치는 것은 너무나 공허해 보인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