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80%가 여성인 백화점에서 여성복을 담당하는 여성팀장은 ‘백화점의 꽃’으로 불린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에도 여성복을 취급하는 2,3,4층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다. 따라서 여성팀장은 백화점 안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가장 잘 파악해야해 ‘여심(女心) 읽기’의 최고수들이 가는 자리로 꼽힌다.
롯데백화점 본점 송정호(42) 여성팀장은 1992년 입사한 이래 숙녀복 판매부문, 숙녀복 매입팀 모피 피혁바이어, 영캐주얼 바이어 등을 맡아왔다. 직장생활 14년 가운데 12년을 여성복 업무를 해온 셈이다. 지난해 6월에는 마침내 본점 여성팀장으로 발탁되는 등 회사내에서 ‘여성복 전문가’로 공인받았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유통업계에서 물류의 흐름을 파악하면 나중에 사업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백화점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입사와 동시에 숙녀복 팀에 발령을 받은 그는 “백화점의 주고객인 여성들의 ‘니즈‘(욕구)를 읽을 수 있는 기회로 행운이라 생각했다”고 기억한다. 이후 일하는 재미에 푹 빠져 막연한 ‘사업의 꿈’은 접게 됐지만 그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가는 지점마다 여성복팀의 성공을 가져왔다.
2002년부터 2년간 근무했던 울산점의 경우, ‘현대 공장’이 몰려 있는 지역 특색상 현대백화점의 아성이었으나 그는 젊은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화 전략을 폈지만, 그는 역발상으로 울산점 지하에 중저가 영 캐주얼 브랜드를 입점시켜 ‘멀티플라자’ 를 조성했다.
이곳은 곧 울산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떠올랐고, 매출 증가로 이어져 그는 2004년에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우수영업 사원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쉬는 날이면 음악채널 ‘M넷’ 등을 틀어놓거나 신촌과 홍대앞, 압구정동 등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의 감각 따라잡기에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정작 미혼인 그는 “여심 읽기에는 자신이 있지만 그 동안 일을 너무 좋아해 연애다운 연애를 못한 것 같다” 며 “올해는 꼭 좋은 배필을 만나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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