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분석
지금은 강한 자 ‘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다. 그래서 장애아로 태어나 강하지 못한 자식은 어머니의 손에 죽는다. 비정규직의 양산, 중산층의 몰락에 따른 양극화로 사회는 80대 20을 넘어 90대 10의 형국으로 치닫는다.
사회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하는 이런 상황은 경쟁의 자유를 최대한 옹호하는 ‘신자유주의’에 기인한다. 실제 삶과 하등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경제사상’은 이처럼 일반인들의 삶에 생각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경쟁의 범위(관점에 따라서는 자유, 또는 국가개입, 시장․상품화의 범위로도 이해할 수 있다)를 놓고서 석학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한국의 농민들이 홍콩 WTO회의장 앞바다에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주의보다 나은 체제는 아직 없으며, 자본주의에서 경쟁의 자유는 본질적이다. 하지만 80대 20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유는 무제한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경쟁에 제한이 필요한가? 2006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논술고사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분석
비유적인 표현을 제거한 각 사례의 양상은 ‘완전한 자유 경쟁’ 상황, 최소화된 ‘제3자 개입과 규칙’아래 이루지는 경쟁, 강력한 외부 개입에 의한 실질적인 ‘경쟁 배제’ 이 세 가지이다. 고슴도치와 토끼의 [사례 A]는 당사자 간의 능력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경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반면, 두 축구팀의 [사례 B]와 약한 고양이의 [사례 C]는 경쟁자 간의 능력 차이에 따라 조정자가 경쟁에 개입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두 사례는 ‘규칙의 변경’과 조정자의 개입 정도에 의해 구별된다.
하딘의 [제시문 1]은 개인의 합리적인 행위의 총합이 사회 전체에서도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경쟁의 제한’이 필요하다.
아담 스미스의 [제시문 2]는 연민과 동정을 강조하여 ‘이기심(경쟁)도 절제’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동정과 연민은 인간의 본성임과, 글쓴이가 ‘보이지 않는 손’의 주창자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제재를 역설하는 이러한 주장은 [사례 A]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슘페터의 [제시문 3]은 경쟁승리로 인한 ‘독점을 옹호’하는 글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독점은 나쁘지만, 기업가의 기술혁신(창조적 파괴)에 의한 보상책(독점이윤)은 정당하다.
신자유주의자 하이에크의 [제시문 4]는 “경쟁적인 경제는 반드시 불평등을 야기한다. 불평등이 없으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 시장의 경쟁은 불평등을 감소시킨다.”는 글쓴이의 말처럼 ‘자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글이다. 규제와 간섭을 반대하는 두 글은 대체로 사례 B, C와 반대되는 입장이다.
[제시문 5]는 평등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자 롤즈의 글이다. 자유에 대한 제한이 정당해지는 ‘조건’(예컨대, 다수의 이득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빼앗아서는 안된다)을 보여준다.
이런 기준은 경쟁의 정당성과도 관련이 있다. 슐레히트의 [제시문 6]은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보여주는 글이다. 독점기업에 맞서 경쟁을 유지시키려면 국가의 규제와 개입(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사민주의적 성향의 [제시문 7]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경쟁을 ‘상대의 이익을 빼앗는 과정’이라 할 만큼 경쟁에 부정적이다.
각 제시문의 논지는 분명하지만, 이들이 세 사례와 일대일 대응하지는 않는다.
●답안 작성
주제는 ‘경쟁’(또는 ‘자유’)이다. 제시문과 현실을 고려하면 경제 영역에서의 경쟁이 큰 흐름일 수밖에 없지만 사례가 비유의 형태로 주어진 점, 그리고 논제에서 별도의 조건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외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경쟁도 놓쳐서는 안 된다.
논술문 구성은 출제자가 요구하는 방식을 따른다. 즉 3가지 경쟁의 ‘성격’을 설명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을 논술한다. 논지는 정글과 같은 완전한 자유경쟁, 경쟁할 자유를 최소화시킨 통제체제, 양 극단을 비판한 중도적 입장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필요하면 제시문도 이용한다.
자신의 입장을 설정하거나 양 극단 또는 다른 입장을 비판할 때, 타당성(합리적인 설득력)을 확보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예컨대 명확한 기준 없이, 앞에서는 경쟁을 옹호하다가 뒷부분에서는 경쟁에 반대하는 실수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전지용 우민OK논구술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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