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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일자리정책 헛돈다/ 용돈수준 임금·고용 불안… 구직자 두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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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일자리정책 헛돈다/ 용돈수준 임금·고용 불안… 구직자 두번운다

입력
2006.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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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수준 임금에 신분도 불안

지방의 전문대를 나온 30대 중반의 석모(여)씨는 지난해 봄, 꿈에 그리던 일자리를 구했다.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에 신청해 장애아 후원단체에 들어간 것이다. 장애아를 보살피며 매일 10시간이 넘게 일해야 했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의욕을 잃어갔다. 한 달 급여라고 해보았자 노동부가 지원하는 70만원과 자체 수익에서 분배되는 10만원을 합쳐 80만원. 석씨는 “손에 들어오는 돈이 너무 적은데다 1년 후에 정부가 계약을 안 해주면 다시 실업자가 되는 처지라 항상 불안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회적 일자리란 사회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간병, 급식, 가사 도우미, 공부방 보조 교사 등 공공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말한다. 그러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일이 공공 근로 수준에 그치고, 정부가 최대 1년까지만 지원할 수 있어 정부 지원이 끊기면 고용이 불안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노동부는 기업과 사회적 일자리 운영 업체를 연결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임금도 높이고 일자리의 안정성도 높인다는 복안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에게 떠 넘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 횡포에도 뒷짐만

20대 중반의 김모(여)씨.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들어간 웨딩 컨설팅업체에서 온갖 허드렛일까지 해가며 밤늦도록 일했지만 사흘 만에 쫓겨났다. “설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고향 부모님께 취직했다며 자랑까지 했는데….” 그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그 업체가 며칠 뒤 고용안정센터 홈페이지에 버젓이 다시 구인광고를 냈다는 것이다. 현재 고용안정센터는 전국에 112개가 있다. 구인ㆍ구직자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용 계약 후 업체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다는 구직자들의 원성이 높다.

구인 업체에 대한 사전 검증 시스템 부재도 문제다. 센터의 소개로 의류 회사에 취직한 20대 후반의 박모씨는 “6개월 동안 일하고 단 한푼의 월급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알고 보니 그 전부터 일해온 다른 직원들도 체불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센터 구인난에 올라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분개했다.

실적 위주 대책 여전해

정부의 올해 일자리 대책의 목표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대폭 확충을 통한 사회 양극화 완화다. 그러나 이런 목표와 달리, 정부의 일자리 지원 사업은 실적 위주의 전시 행정의 냄새가 짙다. 사업 내용이 부처간에 중복되는가 하면 상당수가 단기적 효과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노동부의 ‘청소년 직장체험’, 중소기업청의 ‘대학생 중소기업 단기체험’, 산자부의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 등은 이름만 다를 뿐 비슷한 사업이다. 특히 청소년 직장체험은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낭비우려 사업으로 꼽았다.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자마자 ‘일자리 몇 만개를 만들겠다’느니 하는 숫자 놀음의 대책이 곧바로 발표되는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고용과 실업 대책 구분돼야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업 대책과 고용 대책을 완전 별개로 구분해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즉 실업 대책은 보험 등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것에 신경 쓰고, 고용 대책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업 등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고용 정책이 실업 대책과 동일시 되는 바람에 공공 근로나 사회적 일자리 제공 등 실업자 구제책이 고용 정책의 옷을 대신 입고 있는 형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정부의 고용정책에 대한 평가서를 통해 “산업 정책의 입안 초기부터 고용 유발 효과를 추정해 이에 맞게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김일환기자 kevin@hk.co.kr

]■ 지자체 취업박람회 ‘속빈 강정’

지방자치단체들이 주관하는 취업박람회는 구직자들의 마지막 종착역이다. 하지만 박람회장을 찾는 구직자들의 간절한 심정은 현장에서 짓밟히기 일쑤다. 부실한 준비와 현실과는 동떨어진 계획들 때문이다.

지난해 봄 서울시가 주최한 외국기업 전문인력 채용박람회를 찾은 이모(30)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가 외국기업만을 구인업체로 꾸려 실시하는 것이어서 잔뜩 기대를 했지만 현장은 달랐다.

택배 업무 등 단순 업무직을 뽑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 IBM, 델컴퓨터 등 유명 기업은 아예 쏙 빠져있었다. 이씨는 “기존 취업 사이트에 나와있는 내용을 그대로 베껴놓은 것을 보고 농락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장애인, 노인, 여성, 청ㆍ장년 등 4개 계층을 위한 취업박람회에 모두 6억7,400만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목표치인 1만8,000명의 58% 수준인 1만499명만 업체와 연결시키는 데 그쳤다. 올해의 경우 2월 중순이 다 되도록 취업박람회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 한 해 동안 실시한 취업박람회장을 찾은 구직희망자는 8,780명. 하지만 채용 인원은 6%밖에 안되는 545명 뿐이었다. 도 관계자는 “구직 실적이 저조한 것은 생산직 등을 요구하는 기업체 수요와 사무, 관리직을 희망하는 구직자간의 불일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남도의 경우는 실제 박람회를 통해 몇 명이 취업을 했는지 현황 파악도 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가 엉망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 취업박람회를 열기는 했지만 몇 명이나 취업에 성공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며 “관계기관을 통해 현황 파악을 해봐야 정확한 채용인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ㆍ전국종합

■ 노인 일자리 대부분 月20만원 생계에 도움 안돼

5년 전 은퇴 후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정모(65)씨. 모아 둔 돈이 없어 어렵게 살아가던 정씨는 얼마 전 노인 일자리 뉴스를 보고 자치단체에 문의를 했다가 허탈감만 느꼈다. 전문지식 없이는 단순 노무직만 가능하고 월급(20만원)도 생활비로는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8만개 창출 계획은 지난해 3만5,000개와 비교하면 무려 130%나 증가한 규모. 하지만 한 꺼풀 들춰보면 이 계획은 생계에 큰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만들기 보다는 노인들의 ‘소일거리’ 제공에 그치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짜는 것이 아니라 취미 생활이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정도의 일거리를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노인 일자리 만들기에는 1,106억원이 들어간다. 이 돈으로 교통안전 등 공익형 일자리, 전문지식을 활용한 문화해설가, 강사 등 교육형 일자리, 주차관리원, 가사도우미 등 인력 파견형 일자리 등 5개 형태의 취업 알선 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 일자리들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계 유지에 턱없이 부족한 임금만을 지급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인력 파견형 일자리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임금이 월20만원에 그치고, 절반 이상(65%)의 일자리들의 취업 지속기간이 7개월 밖에 안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의 일자리 만들기 사업은 정부의 전체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는 공익형 일자리의 규모를 줄이고 건강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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