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 때문에 상당수 의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하던지 아니면 상임위를 바꿔야 할 처지가 됐다.
돈을 다루는 재경, 정무, 예결위 소속 의원 중 3,000만원이상 주식보유자 대부분이 최근 행자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로부터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행자부 판단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120억원대 주식을 보유했던 열린우리당 이계안(재경위) 의원은 한겨레신문 주식 등 비상장주식 3,000여주에 대해 심사청구를 했는데 “언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의원은 “비상장주식은 거래방법도 없는데 심사위에서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난감해 했다.
1억여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주호영(예결위) 의원도 직무관련성 통보를 받고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며 “헐값에 팔아야 한다면 예결위 위원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당 김현미(정무위) 의원도 남편 회사의 우리사주(5,500여만원)를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게 됐고 같은 당 박영선(재경위) 의원 역시 MBC 재직시절 보유한 우리사주(4,000여만원) 때문에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KT주식(4,000만원)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김재원(예결위) 의원은 “예결위와 KT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주식백지신탁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한 의원은 모두 48명. 현재 절반 정도가 통보를 받았으며 상당수가 직무관련 통보를 받았다.
특히 최고경영자 출신의 일부 의원은 상임위나 회사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엽(예결위) 의원은 지난 연말 가족이 보유한 7억여원의 상장주식을 팔고 20여년간 경영했던 회사 비상장 주식에 대해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상태.
심 의원은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할 경우 예결위를 나오든지 회사를 팔아야 하는데 고민”이라며 “투자가 아닌 경영 목적은 구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도 지난해 말 심사청구를 하면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과기정위에서 통외통위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당 전병헌,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 등 11명은 아예 논란 자체를 없애고 불편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아예 보유주식을 모두 팔기도 했다.
■ 주식백지신탁제도란?
주식백지신탁제도는 국회의원과 장ㆍ차관을 포함,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위탁ㆍ관리하는 제도로 지난해 11월18일 시행됐다.
대상자는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이상이면 행자부 주식백지신탁심사위의 심사를 청구, 직무관련성 판정을 받으면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맡겨야 한다.
수탁기관은 60일 이내에 신탁 주식을 처분해야 하고 이 기간에 처분이 어려우면 공직자윤리위의 승인을 얻어 30일씩 연장할 수 있다. 대상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매각ㆍ백지신탁을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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