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외동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김모(40ㆍ여)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1999년 1월생인 아들을 일찍 학교에 보내면 의기소침해질 것 같아 취학을 미뤘지만 정작 아들의 입학이 다가오자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젊고 늘씬한 엄마들에 비해 늙어보이는 외모 때문. 결국 그는 지난 주부터 피부과에서 주름관리 시술을 받고 있다.
요즘 학부모들은 아이 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너네 엄마 왜 이렇게 나이 들었냐”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동안(童顔)성형을 하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해마다 취학유예 아동수가 늘어나는 것도 ‘자녀 기 안죽이기’의 결과다. 그러나 이런 처절한 노력이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시내 피부과와 성형외과에는 최근 예비 학부모들의 문의전화와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신촌의 모 피부과 원장은 “과거에 비해 취학아동을 둔 학부모들의 상담이 많아졌다”며 “실제 시술을 받는 경우도 지난해보다 20~30% 늘었다”고 귀띔했다.
막내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박모(45ㆍ여)씨는 볼, 이마, 눈 밑에 지방을 주입해 탄력 있는 피부로 만들어주는 미세지방이식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아들로부터 ‘엄마를 보면 친구들이 할머니냐고 놀린다’는 소릴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수술비가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자녀의 기를 살리기 위해 학교에 1년 정도 늦게 보내는 것도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올해 입학대상자인 딸(2000년 1월생)의 취학을 미루기로 한 김모(36ㆍ여)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딸아이에게 남들 다 하는 영어공부 하나 제대로 못 시켰다”며 소아과에 들러 진단서를 뗐다.
취학을 미루려면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학교장에게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의 모 소아과의원 원장은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취학유예용 진단서를 받으러 오는 학부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며 “대부분은 아이가 별 문제가 없는데도 막무가내로 ‘아이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진단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1년 취학유예 학생수는 13만3,350명 중 4,632명(3.4%)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2만4,209명 중 9,780명(7.9%)로 배 이상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올해 취학유예 비율은 1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력부진, 집단따돌림을 염려해 취학을 미루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여부는 개인 성격, 학습에 대한 열의, 학교생활에 대한 학부모의 충분한 사전정보 제공 등과 관련이 있다”며 “학교를 늦게 보내거나 학부모가 젊어보이는 것이 아이들의 심리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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