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지방선거 공천비리 경계주의보가 발동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의 공천비리 엄벌 방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공천 장사’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벌써부터 공천잡음이 나오는 것은 중앙당이 공천권을 쥐었던 예전과 달리 이번 지방선거부터 시ㆍ도당 공천심사위가 시장 군수 및 지방의원 공천권을 행사하는 데 원인이 있다. 공천권을 지역에 일임하면서 중앙당의 실질적 통제나 감시가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영남권의 C 의원은 자신의 친동생을 시켜 지방선거 출마예정자 120여명을 만나게 했다. 사전 평가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논란을 빚었다.
영남권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려던 K씨는 지역 운영위 관계자로부터 “공천을 받으려면 갑을로 나뉜 지역구에 2억원씩 총 4억원을 달라”는 말을 들었다.
수도권 시장에 출마하려는 J씨는 공천헌금 1억원을 만들어 놓고 K 의원과 접촉하고 있으나 “적다”는 반응이 나오면 1억~2억원을 더 보탤 생각이다.
반대로 거액을 제시하며 접근하는 후보자들도 적지 않다. 중부권의 C 의원은 기초단체장 출마희망자가 1억원을 들고 와 공천을 요구해 돌려 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공천만 주면 지방의원 세비 전액을 내놓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공천단가가 기초의원 5,000만원, 광역의원 8,000만~1억원, 기초단체장 2억원 이상”이란 얘기도 들린다. 특히 한나라당 강세가 예상되는 영남과 강원지역, 경합자가 많은 수도권에서 공천잡음이 많이 들리며, 상대적으로 원외 위원장들이 공천장사에 더 열을 올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근혜 대표가 직접 나섰다. 박 대표는 9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공천 비리는 당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엄청난 해당행위”라며 “공천 비리와 연루된 인사는 일벌백계로 처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17일 ‘5ㆍ31지방선거 자정결의대회’를 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키로 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공천비리 주의보가 얼마만큼 영향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번 선거의 공천은 철저히 지역 공천심사위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공천비리가 어디서 터져도 터질 것 같은 상황”이라며 “한 건이라도 터지면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악재로 작용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30, 40% 대를 오르내리는 당 지지도도 공천 비리가 터지면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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