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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서 협공받는 고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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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서 협공받는 고이즈미

입력
2006.02.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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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일본 좌우파로부터 협공을 받는 양상이다.

자민-사회-신당사키가케 연립 정권에서 사회당 출신으로 1994~96년 총리를 맡았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11일 고이즈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라야마 담화란 종전 50주년을 맞은 95년 8월15일 무라야마 총리가 발표한 것으로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을 명기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종전 60주년인 지난해 8월15일 ‘무라야마 담화’의 취지를 답습한 ‘고이즈미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무라야마 담화’가 나오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고이즈미 총리가 담화를 이해했다면 야스쿠니 참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꾸짖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전에 고이즈미 총리와 만났을 때에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해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보수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 회장 겸 주필도 또 다시 포문을 열었다.

최근 고이즈미 비판의 선봉에 나서 주목받고 있는 와타나베 회장은 11일자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이 사람은 역사나 철학을 모르면서 공부도 하지 않고, 교양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가 뭐가 잘못 됐나’‘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뿐이다’고 주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며 “그는 군국주의를 찬미하는 신사를 숭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전쟁 중 일본의 가미가제(神風)특공대에 대해 “‘천왕폐하 만세’를 외치며 용맹과 기쁨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며 일본 군국주의의 허상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최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야스쿠니 문제로 중일관계가 악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 개인으로서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은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 “하나의 문제로 정상회담을 거부하겠다는 쪽이 더욱 이상하다”는 말들을 반복하며 참배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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