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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추억 속의 삼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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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추억 속의 삼팔선

입력
2006.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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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울에 올라와 있는 시골 초등학교 동창들이 전부 모였다. 대관령 아래 산밑이다 보니 마을 규모도 작고 학교 규모다 작다. 지금은 전교생이 24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학년마다 50명이 넘었다. 그만큼 농촌이 작아진 것이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긴 책상 하나를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썼다. 특히 남자 여자가 함께 앉았을 때는 중간에 칼로 금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넘어오면 연필도 가져가고 지우개도 가져간다. 우리는 그걸 삼팔선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삼팔선이 한번도 공정하게 그어진 적이 없다. 언제나 남자 쪽은 넓고 여자 쪽은 책과 공책을 함께 펼쳐놓을 수 없을 만큼 좁다. 우리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미 책상마다 그렇게 불공정한 삼팔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 책상에서 함께 공부하고, 금을 박박 그어 후배에게 물려주고, 또 금을 더 많이 박박 그어 그 아래에 물려주고 물려받은 시골학교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쪽 지방 말투야 워낙 유명하지 않은가. 그 자리의 풍경이 어떠했을지 여러분은 동막골 말투의 동막골 학교 동창회를 떠올리면 된다. 아주 ‘히떡 자빠졌다’ 돌아왔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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